이슬람 여성 관광객이 우리나라 전통시장을 찾아 원단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 종교의식과 전용 음식 등
- 서비스 신경 써야 하지만
- 기도용 매트 정도만 제공

- 할랄메뉴 갖춘 호텔 1곳뿐
- 작년 한·아세안 회의 땐
- 고객 직접 주방 빌려 요리도

관광업계가 이슬람 관광시장 성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규모에 있다. 이슬람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3%(15억7000만 명), 4명 중 1명꼴이다. 이슬람이 여행을 장려하는 종교라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이슬람 경전 코란에는 성지순례인 '우무라' 외에도, 신이 창조한 세계에 대한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반드시 여행을 해야 한다고 기록돼있다.

■이슬람 또다른 블루오션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이 이슬람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도용 매트.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방한 관광객 수는 매년 16~26%가량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율법에 따른 엄격한 생활 방식으로, 관광 만족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슬람 관광에 대한 여러 조사 및 연구에서 이슬람은 예배 시설, 이슬람이 권장하는 할랄 식품의 이용 가능 여부, 음주 및 도박으로부터의 격리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관광객 등이 늘면서 이슬람은 놓칠 수 없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역 관광 및 유통업계는 아직 수용태세가 미흡한 실정이다.

부산의 경우 이슬람을 위한 기도실이나 전문 레스토랑 등 이슬람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한적인 편이다. 파크하얏트, 파라다이스호텔, 웨스틴조선호텔, 롯데호텔,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농심 등 부산의 6개 특급호텔의 이슬람 서비스 현황을 살펴본 결과, 코란을 제공하거나 기도 시간표 및 기도 방향을 알리는 나침반 등을 서비스하는 곳이 전무했다. 나침반은 남북 외에 이슬람 성지인 '메카'가 표기된 특수제품이 필요하다. 한 특급호텔은 코란을 비치해뒀다가 이용객이 적다는 이유로 폐기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서비스는 객실 미니바 주류 제거, 음식에서 돼지고기 제거, 기도용 매트 제공 등이 있다. 할랄 메뉴를 제공하는 곳은 롯데호텔 부산이 유일하다. 서울도 비슷한 수준이어서 신라호텔, 콘래드호텔 정도가 고객 요청 시 코란을 제공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나침반이나 매트 제공은 큰 비용이 드는 서비스가 아닌데, 호텔들의 대응이 안이한 수준"이라며 "간단한 서비스로 만족도를 향상할 수 있는 만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벡스코라도 할랄식당 운영을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광객은 물론 국제회의 등 마이스(MICE) 행사에 참석한 이슬람 문화권 국가 인사들을 응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들 참석자는 할랄 식품을 조리하는 요리사를 직접 대동하고 음식재료를 따로 본국에서 공수해오는 상황이다. 해운대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 기간 중 투숙한 이슬람 고객은 음식재료를 다 가져와 '불만 빌려 달라'고 했다. 호텔에서는 주방만 제공했다"고 말했다.

관광 및 유통업계에서는 최소한 국제회의가 자주 열리는 해운대구 벡스코만이라도 할랄 식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의 공식 인증을 취득한 터키 음식점이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음식은 이슬람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시 가장 불편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다. '할랄(Hala) 푸드'는 이슬람에서 먹는 것이 가능하고 권장되는 식품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KMF의 공식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은 서울 4곳, 강원도 춘천 1곳으로 총 5곳뿐이다. 부산에는 현재 공식적으로 인증된 할랄 식당이 없으며, 자체 인증 및 이슬람 친화 레스토랑 6곳이 운영 중에 있다. 6곳 중 4곳이 이슬람 부산성원이 있는 금정구에 몰려 있으며, 2곳은 해운대구에 있다. 한 할랄 식당 관계자는 "이슬람 성원에서 예배를 하고 할랄 푸드를 먹기 위해 관광객들이 서면이나 남포동에서 금정구까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이슬람 관광객을 단기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향후 5년, 10년을 내다보면서 이슬람 유치를 위한 관광 인프라 구축 등 준비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넓게는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VIP 관광객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이슬람 마케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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