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개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기조를 수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 말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절차는 연례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평상시라면 큰 주목을 받기 힘들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정부의 경제 전망이 계속해서 빗나가면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하반기에는 경제정책 방향을 손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선 정부는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는 국내외 기관들이 경기 불확실 등을 이유로 전망치를 3% 초반이나 중반 수준으로 속속 내리고 있음에도 3.8% 성장률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가 더는 버티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경상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격차가 큰 것에 대해 송구스러워 하며 상반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밝힐 때 대안을 내놓겠다고 말해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수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지난해 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0%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개월간 0%대에 머물면서 학계 등에서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마저 하락하는 현상)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이전의 2%에서 1.75%로 내렸다. 기준금리가 1%대로 하락한 사례는 사상 처음이지만 정부는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부인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24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관광산업 활성화 자리에서 "하겠다 안 하겠다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다양한 경기대응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