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제장관-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긴 최경환 경제부총리. 국제신문DB

- "연봉 6000만 원 이상 임금동결
- 그 돈 청년고용 등에 써야"
- 경총, 확실한 반대의사 '쐐기'

침체된 소비를 활성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제시됐던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론에 점차 힘이 빠지고 있다. 재계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당분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정부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도 당초의 강경 방침과는 달리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기 싸움에서 사실상 판정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김영배 상임부회장은 26일 서울에서 열린 경총포럼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출발점은 고용경직성을 완화하고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연봉 6000만 원 이상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향후 5년간 동결하고 그 재원으로 협력업체 근로자 처우 개선과 청년고용에 활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돼야 국민이 보기에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총 간부의 이런 발언은 자체 포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주장에 확실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경총은 지난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포럼 강연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 필요성을 역설한 지 불과 하루 뒤인 5일 각 회원사에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범위에서 조정하라는 지침을 권고사안으로 내려보낸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장도 지난 13일 최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완곡한 반대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재계의 반발이 예상 외로 거세지자 정부는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최 부총리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최근 실질임금 인상이 매우 미약했기 때문에 기업 능력이 되는 한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임금이 올랐으면 하는 정부의 바람이 있지만, 기업 단위에서 노사 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강경방침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보였다.

정치권의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심재철 의원 등은 최근 잇따라 임금인상은 노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말발이 먹히지 않는 정부가 오는 31일 나올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의 최종 합의문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며 "재계의 반발이 워낙 거센 만큼 합의가 되더라도 기대만큼의 인상 폭은 도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