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부부의 진정한 사랑에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은퇴설계를 컨설팅하는 금융인의 시각에서 이 영화 속 노부부는 비재무적인 강점이 두드러졌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에서 재무적으로 안정된 다른 사람보다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은퇴준비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무적인 부분에 치우친 나머지 비재무적인 은퇴준비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은퇴준비는 부족한 노후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재무적인 방안과 은퇴생활을 풍요롭게 가꿔 갈 수 있는 비재무적인 계획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은퇴 후 무리하게 집의 규모를 줄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 주거안정과 노후연금이라는 두 가지 장점이 있는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연금은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평생 또는 일정 기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받는 제도이다. 주택연금의 장점은 살던 집에서 계속 살면서 연금을 계속 지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거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가가 연금지급을 보증하므로 연금지급 중단 위험이 없고, 부부 모두 사망 시 대상주택을 처분해 연금수령액이 처분액 보다 많으면 청산되고 처분액이 남으면 상속된다.

재무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이 보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보험은 가장의 위험 발생 시 전과 동일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보장 수단이다. 하지만 소득 대비 과다한 보험료 지출로 저축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 하면서 은퇴설계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금융기관마다 독자적인 은퇴설계 브랜드를 출시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게 맞는 금융 주치의를 찾아 재무적인 진단과 처방을 받고, 배우자와 비재무적 계획을 수립한다면 은퇴는 걱정이 아닌 설레임으로 다가올 것이다.

박선덕 NH농협은행 부산영업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