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건·자재비인 운전자금에 몰려
- 월 배정액·年 예산 초과 속출

사례1. 조선기자재 업체 A사는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부산본부에 정책자금 5억 원을 신청했다. A사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매출이 증가세였으나 지난해에는 매출이 100억 원이나 줄었다. 세계 조선경기 부진에 따른 국내 3대 메이저 조선사의 수주 급감과 STX조선의 파산 등이 원인이었다. A사는 "올해도 국내외 경기가 불확실해 미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운전자금(인건비, 자재비 등 용도)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사례2. 신발업체 B사도 최근 중진공 정책자금 5억 원을 신청했다. B사는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2012년에 비해 50억 원이나 감소했다. B사는 올해도 국내 시장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서둘러 운전자금을 신청했다.

올해 경기 회복 불투명으로 정책자금 대출을 신청한 부산지역 중소기업이 크게 늘어났다.

부산경제진흥원은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운전자금 신청을 받은 결과 526개사가 990억 원을 접수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에는 438개사가 864억 원을 신청했다. 업체는 88개, 자금규모는 126억 원 증가한 셈이다. 올해 부산시는 운전자금 1600억 원, 시설자금 1500억 원을 배정했으며 시설자금은 짝수 달에 신청받는다.

중진공 부산본부도 지난 1월 정책자금 신청 마감 결과 430개 업체가 1367억7500만 원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292개 업체가 989억5400만 원을 신청한 것보다 138업체 378억2100만 원 증가한 수치다. 중진공은 지난해에는 월별로, 올해는 홀수 달에 정책자금 접수를 한다.

정책자금 수요는 특히 당장 인건비·자재비 등으로 쓸 수 있는 운전자금에 몰렸다. 지난달 5일 오전 9시 중진공 부산본부 정책자금 신청이 시작되자 청년창업 분야 운전자금은 5분, 다른 분야 운전자금은 10분 안에 마감됐다. 이날 접속이 폭주해 전국적으로 중진공 서버가 다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진공 정책자금은 업종별로 섬유, 고무·플라스틱을 제외한 금속가공·정보서비스·의류잡화 등 거의 전 종목에서 신청 업체가 늘었다.

정책자금 수요가 몰리다 보니 자금 배정을 못 받는 업체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정책자금은 1월 분으로 500억 원을 배정할 예정인데 벌써 990억 원을 신청했다. 중진공 부산본부는 올해 정책자금 총액이 1240억 원인데 이미 신청자금이 총액을 넘어섰다.

중진공 부산본부 박선준 팀장은 "지역 중소기업 대부분이 매출 감소와 판매대금 회수 지연 등으로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니 현금부터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에 신청을 한 업체가 많다. 신청업체 수가 많아 지원액수가 적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