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물건의 빠른 월세화와 이에 따른 전세 부족이 사회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산층을 겨냥한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그것이다. '기업형 임대아파트'는 40만∼80만 원의 월세를 내고 8년 이상 빌려서 거주할 수 있는 주거시설이다. '뉴 스테이(New Stay)'로 명명된 이 임대아파트 구상은 그동안 저소득층에 집중됐던 주거안정 대책을 중산층으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이하인 공공임대주택 총량을 늘림과 동시에 중산층 대상의 월세형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최근 임대차와 관련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기업형 임대아파트는 대형 건설사의 자금과 브랜드를 통해 '브랜드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소득 기준, 주택 소유 여부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청약 신청해 당첨되면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300채 이상 짓거나 100채 이상 사들여 임대하려는 기업형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택지, 금융, 세제 측면의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민간 주택임대사업 육성에 관한 법'도 제정할 예정이다.

이뿐 아니다. 도심에 소규모의 브랜드 민간 임대아파트 공급을 위해 재개발, 재건축사업 부지 일부를 건설사가 매입해 임대아파트로 조성하는 방안과 1만 ㎡ 이상 부지에 50% 이상을 8년 이상 장기 임대아파트로 지을 경우 '입지규제 최소지구'로 지정해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부여할 계획이다.

기업형 임대아파트의 도입 배경이나 취지에 공감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소위 '먹힐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여전히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적 수요가 시장을 주도하는 지역에서도 내집 마련을 미루고 기업형 임대주택을 선택할까 하는 점이다. 지역에서 기업형 임대주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울, 수도권과는 다른 조건이 요구된다.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복지 지원과는 별개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 입주 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에 사정에 맞는 (보증부)월세가 책정되어야 한다. 특히, 공급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등 지역 중심의 주택정책이 먼저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