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가운데 강원도 횡성군 우촌면의 축산농가에서 농민 김기섭 씨가 한우 축사를 들여다보고 있다. 쌀과 쇠고기를 포함해 돼지고기, 고추, 마늘, 사과, 감귤, 갈치, 돼지고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이 양허 제외 품목으로 결정됐다. 연합뉴스

"다행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언제든 다가올 중국시장 전면 개방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한국이 최대 교역국가인 중국과 30개월의 지루한 협상을 마무리짓고 10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의 농·수·축산민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앞으로의 대응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간장·된장·고추장·메주 등 전통식품과 식품용 대두유·설탕·전분 등 가공식품은 양허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나마 다행히 쌀을 비롯해 고추, 마늘, 사과, 감귤, 갈치, 쇠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이 추가 개방의무로부터 보호받는'양허제외' 품목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농수축산민들은 "올 것이 온 게 아니냐.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품질 고급화 등철저한 대비책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지역 한우 농가들은 한시름을 돌렸지만 향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국 생산량의 9%를 차지하는 강원도내 한우 사육 규모로 볼 때 거대한 중국 축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도내 소규모 한우 생산 농가가 입는 타격은 불을 보듯뻔하다는 것이다.

강원도 한우 브랜드인 하이록 한우를 생산하는 농민 원치영(54·춘천시)씨는 "이번에는 양허에서 제외돼 큰 시름을 덜었지만, 언제든 개방될 텐데 앞으로 더 큰 걱정"이라며 "치솟는 사료 값과 인건비를 충당하고 나면 남는 것도 없는 마당에 중국 농축산물까지 전면 개방되면 소규모 농민들은 다 죽는다"고 하소연했다.

횡성한우 270두를 사육하는 강기창(30·횡성군)씨는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우리나라와 달리 영농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전면 개방 시 농가의 충격은 클 수밖에없다"고 말했다.

강씨는 "저가의 중국 축산물과 경쟁하려면 우리 입맛에 최적화된 고급육 생산이유일한 생존 길"이라며 "사람의 입맛이 쉽게 변하지 않는 만큼 정부와 농가가 한층 차별화된 고급육 생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계재철 강원도청 축산과장은 "중국 축산물 시장은 워낙 크다. 국내시장 공략에 대비해 고급화 등의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진단했다.

사과, 배, 감귤 등의 주요 산지인 경북과 제주의 농민들도 양허제외 대상품목 결정에 따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한 농업 피해가 있는지를 걱정했다.

전국 사과 생산량의 64%를 차지하는 경북지역에서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순차적으로 개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노진수(46) 문경사과발전협의회장은 "양허 제외나 개방 절차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이 나오지 않았지만 과수 개방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검역 관련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 과수가 국내로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개방에 대비해 농가에서 고품질 개발·연구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동수 경북도 과수화훼계장은 "중국은 과수 재배면적이 넓고 재배기술은 우리와 대등한 반면 가격은 4분 1까지 낮기 때문에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타결내용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이 나오면 개방 품목을 중심으로 종합대책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한·중 FTA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국은 지역적으로 가깝고 같은 음식문화여서 농도인경북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FTA 무역이득공유제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1차 산업 비중이 전체의 17.4%로 전국 평균의 7배인 제주에서도 감귤을 비롯해 무, 양배추, 당근 등 11대 전략품목이 모두 양허 제외 품목에 반영됐다는 소식에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표정이었다.

강희철 사단법인 제주감귤연합회장은 "양허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방심하지 않고주어진 시간 동안 시장 개방에 대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상효동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김종우(55)씨는 "농가들도 뼈를 깎는 각오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최고급품 감귤을 생산해 개당 5만원으로 비싸게 팔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시장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굴 국내 소비량의 90% 이상을 책임져온 남해안 어민들은 이번 협상 타결이 업계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분석했다.

장경일 통영굴수하식수협 상임이사는 "중국산 굴은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와 규모 자체가 다르다"며 "청정해역 관리와 위생 면에서 크게 앞서는 우리는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