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문과 쌍벽 타지마할 호텔

- 사라센 ·고딕양식 혼재돼 이채

- 엘리판타섬 석굴사원 조각상

-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박진감 

뭄바이 시내에서 30㎞ 떨어진 짜뜨라빠띠 시바지 국제공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달 13일 오후였다. 오래전에 실습선을 타고 한 번 들어왔는데, 그 당시에는 봄베이라고 불렸다. 뭄바이는 인도 전체 수출입 물량의 50%를 웃도는 거대상업도시. 그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르투갈 왕녀의 지참물 중 일부로 영국에 기증된 7개의 섬은 동인도회사 회사와 함께 급격히 발전했다. 

호텔 모습은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80년이나 된 노후건물인 데다 우리나라의 여인숙보다도 못한 시설 같았다. 여러 가지 학술행사 등이 겹쳐 방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때라 노숙하지 않고 방을 얻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짐을 풀어놓고 인근에 있는 우리나라의 독립문처럼 생긴 인도문으로 산책하러 갔다. 이 건축물은 영국왕 조지 5세 부부의 인도 방문을 기념해 1911년에 세워졌다. 문 아래에 있는 홀은 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문 뒤쪽은 아라비아해이고, 앞쪽은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광장 끝에 있는 정원에는 17세기 마라타의 영웅인 시바지가 말 위에서 한 손으로 창을 거머쥐고 있는 모습의 동상이 서 있고, 왼쪽에는 라마트리슈나 교단의 고승인 비베카난다 동상이 서 있었다. 

오후 7시가 되니 해가 넘어가고 사방이 어스름으로 뒤덮였다. 고딕 양식의 거대한 문은 프로젝션 라이트가 점등돼 신비감을 더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뭄바이의 상징물로 인도문과 쌍벽을 이루는 타지마할 호텔이 곁에 붙어 있었다. 아라비아 바다를 향해 창을 낸 이 호텔 돔은 붉은색이고 외관은 인도 사라센 양식과 고딕 양식을 혼합해 1903년에 지어졌다. 19세기 말 봄베이의 자본가였던 잠무세트지 타타는 외국인 친구와 같이 필케즈 아폴로 호텔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인도인이란 이유로 출입을 제지당하자, 이보다 더 좋은 호텔을 세우겠다는 오기가 발동해 지었다는 일화가 있다. 당시에는 인도문도 없었고 항구도 없었으므로 현관은 중심가인 포트(Fort) 지구를 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상식적이었으나, 설계자는 객실 창문을 통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설계해 마치 배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한다.

둘째 날은 뭄바이 박물관으로 갔다. 종전에는 웨일즈 왕자 박물관으로 불렸던 곳이다. 입장료가 60루피라고 적혀 있어 60루피를 주었더니 매표소 직원이 그것은 내국인의 경우이고 외국인은 300루피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당 200루피, 휴대전화 카메라는 20루피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아이패드만 사용하겠다고 했더니 그것도 200루피란다. 이것도 휴대전화 아니냐고 했더니 커서 그렇다고 했다. 전시실에 들어가 보니 아잔타 석굴 유물, 아시리아 미술, 티베트와 네팔의 불교미술, 간다라 미술 등 볼거리가 다양했다. 동영상을 한참 찍고 있는데 직원이 제지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하려면 다시 1000루피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핸디캠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흘째에는 한국해양대에서 주최하는 '해양실크로드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트라이덴트 호텔로 갔다. 국내 저명 학자 외에 중국, 일본, 인도 학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오전 9시 45분에 시작된 이 행사는 오후 6시까지 3개 세션에 걸쳐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다음 날엔 학술대회 참가자와 함께 시내 투어에 나섰다. 시가지 곳곳에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었고 아름드리 고목 가로수가 도시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었다. 특히 인도문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가량 가야 하는 엘리판타섬에는 힌두교 석굴사원이 있었고 입구에서 120계단을 올라가면 8세기에 만들어진 석굴이 있었다. 바위 벽면에 새겨진 신상의 모습은 살아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 같은 박진감이 느껴졌다. 포르투갈 침입자가 이런 인류문화유적을 파괴해 조각 일부가 떨어져 나가 안타까웠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기관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