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다수는 아직도 주가가 역사적 고점을 돌파했다는 식의 소식을 접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반면 국내외 악재 탓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내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보통 사람의 투자 정서가 이렇다. 이쪽 말을 들으면 주식투자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데, 저쪽 말을 들으면 돈 불리는 데 주식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주식투자를 감정적으로 대하는 현상은 '경제'와 '경기'의 개념을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다.

경제라고 할 때 '제'는 '가지런하다' '모여 있다'라는 의미이다. 금융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는 금융자본이 축적된 정도를 나타내는 정량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경기라고 할 때의 '기'는 순환한다는 의미로 돈의 흐름을 나타내는 유량적 개념이다. 사람들은 경제가 나빠서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경제가 나쁜 것이 아니라 경기가 나쁜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궁극적으로 경제를 따라간다. 즉, 주가는 기업가치를 따라가므로 경기가 나빠도 경제가 좋으면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 속에서 한국 경제는 현재 어느 정도에 와 있을까.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은 한국의 주요 기업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고 대주주의 위치에까지 올라 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재무구조나 영업구조가 튼실해졌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GDP 규모는 세계 15위 수준이며 조 단위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 관점에서 보면 '한국'이라는 상품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자본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팽창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자본의 수치가 증가한다는 건 유동성과 구매력이 향상한다는 의미이다. 또 자본이 수익성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변의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더는 상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거나 투자하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산관리의 태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수익을 극대화하는 길은 경제 성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다.

주종훈 부산은행 동래지점 P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