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 영도구 남항동 부산항국제선용품유통센터에 선박 기관부속품 2만여 종이 진열돼 있다. 이곳은 백화점처럼 웬만한 선용품을 원스톱으로 장만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ISSA 정회원 가입도 추진키로

이달 들어 중국인 단체 포상관광객 1만5000여 명을 태운 외국적 호화 크루즈선이 5회에 걸쳐 부산항에 입항했다. 이들 관광객이 먹고 마신 식수 식자재 같은 선용품은 부산에서 얼마나 공급받았을까.

결론은 하나도 없다. 부산국제선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 김영득(이스턴마린 대표·사진) 이사장은 25일 "외국적 크루즈 선사들이 부산의 선용품 수준과 질을 신뢰하지 못해 물류비 부담을 무릅쓰고 자체 컨테이너에 실어 공수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산항은 세계 5위의 항만임에도 선용품 시장은 낙후돼 있고, 관련 업체는 영세해서 고부가가치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지역 1000여 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1500여 개의 선용품 업체가 있다. 유류를 제외한 순수 선용품시장 규모는 연간 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4조 원에 달하는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부산항의 부가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선용품시장을 대형화와 전문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한국선용품산업협회가 출범한다. 부산국제선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은 부산지역 40여 개 사를 포함해 울산 마산 인천 여수 군산 평택 동해 포항 등 전국 항만을 대표하는 선용품업체 100여 개사가 참여하는 (사)한국선용품산업협회 창립총회를 27일 오후 3시 부산 영도구 부산항국제선용품유통센터에서 연다고 밝혔다. 협회 초대 이사장에는 김영득 부산국제선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내정됐다.

협회는 우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공동구매를 위한 도매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협회는 이어 영세한 국내 선용품 업체의 전문화와 특성화를 꾀하면서 오프라인 이외의 온라인 선용품시장을 제대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협회는 오는 10월 덴마크에 본사를 둔 세계선용품협회(ISSA) 정회원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이사장은 "세계선용품협회 정회원이 되면 국내 선용품의 질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것이어서 외국적 크루즈선에 선용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국내 시장 규모를 1조 원대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선용품 업계는 부산항만공사가 사업비 280억 원을 투자해 2012년 8월 영도구 남항동에 지상 5층 3만3000㎡ 규모의 창고와 사무실을 갖춘 부산항국제선용품유통센터를 건립하면서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곳에는 현재 39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지난해 부산선용품조합과 함께 세계적인 선용품시장인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한 데 이어 11월 세계선용품협회 회장을 초청해 국내 선용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