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정보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젊음을 불태우고 싶어요."

올해 1월 부산은행 정보기술(IT)·보안담당 7급 공채시험에 합격한 김민준(24·사진) 씨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다섯 살 때 뇌종양을 앓은 후 시력 장애로 3급 장애 판정을 받은 김 씨는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눈은 시력이 0.3 정도다. 시력이 높은 도수의 안경을 끼고도 모니터 화면의 글씨를 확대해야 보이는 정도다. 이런 장애를 딛고 김 씨는 다른 지원자들과 똑같은 전형을 거쳐 최종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장애로 학창시절에는 남들보다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컴퓨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학교에서 컴퓨터 수업을 들으며 자격증까지 땄다. 대양전자정보고등학교와 부경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고등학교 때 녹내장까지 발병해 컴퓨터를 계속 공부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며 "약으로 안압을 조절하며 열심히 했더니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권 입사를 꿈꾼 건 2012년 부산은행에서 인턴직원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김 씨는 "대학 때 CERT-IS(컴퓨터비상대응팀) 동아리에 가입해 보안 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수상도 했다"며 "그때 금융 정보보안에 관심이 생겨 부산은행 인턴에 지원했고, 은행 IT 업무가 보람있는 일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은행에는 김 씨와 같은 장애인 5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13명은 3급 이상의 중증장애인이다. 은행 측은 올해 총 4명의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