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경남·광주은행의 분할기일(3월 1일) 연기를 추진하고 나섰다. 지방은행 분리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6500억 원대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이달 국회 본회의 에서 통과 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분할 연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경남·광주은행 분할 기일을 5월께로 늦추는 방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야권 비방 논란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일정이 전면 중단되면서, 이달 안에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일 예정됐던 조세소위는 오는 24일로 연기됐지만, 민주당 측이 안 사장의 사퇴 없이는 예정된 소위 일정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조특법 개정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6500억 원의 세금을 그대로 내야 할 경우 경남·광주은행의 분할을 철회할 수 있도록 분할계획서를 변경했다. 법인세 6500억 원은 지난해 우리금융 순이익 2892억 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특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될 때를 대비해 우리금융이 분할기일을 5월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특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금융 이사회가 경남·광주은행 분할을 철회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지방은행 매각 작업이 정치권 다툼으로 차질을 빚자 여야가 정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초기엔 경남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이 조특법 입법을 저지했다. 하지만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노조가 인수 주체인 BS금융, JB금융과 각각 상생협약을 맺으며 고비를 넘기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엉뚱하게도 안 사장의 과거 트위터 발언이 돌발 악재로 등장하면서 예측 자체가 쉽지 않다. 조특법이 이달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간다면, 지방선거 국면에 돌입하게 돼 지방은행의 지역환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우리금융지주가 매각일정을 연기하며 조특법 개정 무산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한 만큼 큰 틀에서 민영화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방은행 매각은 정치권 싸움을 피해가는 게 불가피한 일이었는데, 국회통과를 눈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