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가치 강세에 수출 타격

- 중장기 대책 마련 적기 대응

정부가 환율 리스크를 올해 한국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지목하고 본격적인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원화 가치의 강세는 수출 감소로 이어져 회복세에 접어든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당장 수출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수출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 국내 증시도 급락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외환·주식시장에서의 흐름과 외국인 투자자금 동향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정부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와 일본의 통상정책 완화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김철웅 금융감독원 시장분석팀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엔화 약세가 심해지자 포지션을 조정한 결과"라면서 "원·엔 환율 움직임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측도 "(엔화 흐름이)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국제 금융시장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과 엔저 속도 조절 등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이 다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등에 따라 세계경제가 큰 전환기를 맞게 되고 이 같은 변동성이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시장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적 완화 축소는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장기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고 미국 채무한도 협상, 일본의 소비세 인상에 따른 성장둔화와 국가부채 부각,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 유로지역의 회복세 수준 등도 대외 위험요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장 동향과 자본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거시건전성 조치의 탄력적 운용,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 보완, 외채구조 개선 등 대외부문 건전성 제고 노력 등의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올해는 무엇보다 대외리스크 대응이 중요하다"며 "대외 리스크 요인들이 장기간 진행될 가능성에 대비해 3~4년 중장기 시계를 갖고 정책여력을 확보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긴 호흡으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적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기업들 역시 이 같은 기조 아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