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일 낮 정부과천청사에서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4년 7개월 만에 협상 마무리
- 공산품 관세 없어져 수출 혜택

- 국내 농축수산업계 직격탄
- 농업경영인들 "강력한 투쟁"

2009년 5월 시작해 4년 7개월 만에 실질적으로 타결된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은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도입을 호주 측이 수용하면서 협상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한·호주 FTA 타결은 우리 측 주요 관심품목인 가전제품, 자동차 등 대부분 관세가 철폐되는 성과를 거둬들였지만 이미 호주와의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국내 농축수산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걸림돌이던 ISD 수락으로 급물살

한국은 2009년 5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5차례 호주와의 FTA 공식협상을 진행했지만 ISD, 쇠고기 시장접근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ISD는 FTA 체결국가가 협정상의 의무나 투자 계약을 어겨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때 해당 정부를 상대로 제3자의 민간기구에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호주에 자원 개발·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필요하지만 호주에게는 불리한 제도로, 호주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후 3년 6개월 만인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호주 통상장관 회담에서 FTA 공식협상 재개에 합의한 이후 곧바로 6차 협상에 착수, 지난 3일 7차 협상을 시작해 실질적 타결이라는 결과물을 냈다.

지난해 기준으로 호주는 한국에 7위, 한국은 호주에 4위 교역국이다. 우리는 호주에 자동차·석유제품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호주는 원자재와 에너지자원을 수출하는 상호 보완적인 교역구조로 되어 있어 FTA 체결 시 양국 간 교역투자 확대와 자원에너지분야 협력 등 전반적인 관계 강화가 기대된다.

■호주산 쇠고기 한국 공략

한국과 호주 양측은 FTA 발효 이후 쇠고기 수입 관세를 매년 2~3% 단계적으로 낮춰 15년 차에 완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2015년에 한·호주 FTA가 발효된다고 가정하면 2030년에는 호주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쇠고기에 대해서는 15년 관세철폐 양허 및 농산물 세이프가드를 통해 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미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 1위인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국내 축산농가에 미칠 타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준 호주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은 56.9%로 미국(38.9%), 뉴질랜드(3.5%)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대호주 교역에서 농축수산 분야에서만 27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FTA까지 체결하면 국내 농축산 경쟁력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한·호주 FTA는 농가와 연결되는 파생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을 가늠하기 쉽지 않고 국내 농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공이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간 만큼 최종 타결될 경우 대정부 투쟁은 물론 동조한 국회의원에 맞서 강력한 대응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호주와 농축수산 분야 교역액은 29억9300만 달러로, 수입액은 28억8800만 달러인 반면 수출액은 1억600만 달러에 그쳤다.

한편, 정부가 협상 참여에 '관심 표명'을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인 호주와의 양자 FTA가 사실상 타결되면서 한국의 TPP 협상 관련 입장도 참여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