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쏟아지던 지난달 27일, 서울 광장에서는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이 열렸다. 자선냄비 모금활동은 오는 31일까지 전국에 걸쳐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에서도 연말을 맞아 각종 단체의 기부 활동이 줄을 잇고 있다. 김장김치 담그기, 연탄 배달하기, 각종 자선 바자까지.

겨울은 분명 다른 계절보다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는 힘든 계절이다. 서른을 갓 넘긴 청년이 아무도 모르게 혼자 삶을 마감했다거나 노인의 시신이 제집에서 백골로 발견됐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이제는 구세군 냄비에 넣어야 할 게 돈만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신세계 그룹에 처음 입사해 회사에서 진행하는 홀몸노인 방문 봉사를 갔을 때 10만 원 남짓의 생필품을 들고 찾아간 집에서 할머니는 고맙다고 사과를 깎아주셨다. 사과를 먹으며 천장에 있는 사진을 물으니 자식들이라고 앨범을 보여주셨다. 그렇게 두어 시간 동안 수다를 떨며 웃다 온 기억이 있다. 할머니는 고맙다고,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셨다. 할머니는 뭐가 그렇게 고마우셨을까?

조금씩 조금씩 모은 동전이 누군가에게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힘이 된다면 조금씩 조금씩 모은 마음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반가운 손님이 될 것이다.

사람에게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하니까 연탄도 좋고, 김치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 때문에 물질적인 기부보다는 사람 그 자체가 있어야 하는 곳도 많다. 앞으로는 정말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사람냄새 물씬 나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늘 겨울엔 그랬다. 한여름에만 전기를 아끼자고 절전 활동을 하듯, 한겨울에만 이웃을 살펴보자고 외치는 거 같아 도움을 주는 손길이 민망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그 조금의 마음을 보탤 여력이 되는 환경이라면 겨울이어도 괜찮겠다 싶다. 다만 이젠 진심을 담아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올겨울은 혹독한 추위가 올 거라고 한다. 모두의 진심어린, 작은 마음이 큰 불씨가 돼 외로운 사람 하나없이 훈훈한 겨울이 되길 바란다.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안용준 신세계 센텀시티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