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업 등 골목상권도 잠식

세계 2위 규모인 해외 면세점이 중견기업으로 우회 탈바꿈해 김해공항 면세점에 입점한다. 국내기업간 기계적인 동반성장만을 강조하다 외국계 자본에 허를 찔린 것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면세점업체인 스위스 듀프리의 국내 자회사인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가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의 담배와 주류를 판매하는 DF2(434㎡) 구역 운영자로 낙찰됐다. 당초 이 구역은 동반성장 정책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으로 입찰 자격이 제한됐다. 하지만 DF2 구역은 최저 입찰가에 미치지 못하거나 참여자가 없어 수의계약을 포함해 4차례나 유찰됐다. 듀프리는 중소·중견기업만 가능한 규정을 역이용, 소규모 국내법인을 세워 입점에 성공했다.

경쟁력이라는 현실은 제쳐둔 채 중소기업 입장만 대변하다 외국계 기업에 안방을 내준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동반성장을 앞세운 규제로 인해 외국계 자본만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동반성장위가 국내 외식 대기업에 대한 신규 출점을 규제하면서 이들 기업의 인력 감축과 사업 축소가 가속화하고 있는 반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일본계와 미국계 외식업체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로 바로마트와 트라이얼 등 일본계 슈퍼체인이 몸집을 불려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마트 16곳 가운데 15곳이 부산과 경남지역에 집중돼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 이슈에 표를 의식한 정치적인 포퓰리즘이 개입되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대기업 규제 쪽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얼마나 억지스런 규제 방안이 튀어나올지 유통업계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