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검증업체 새한TEP
- 다른 시험도 위조 납품 도와
JS전선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에 납품한 케이블에 대해 시험조건 자체를 조작해 검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에 들어갈 핵심부품인 케이블에 열노화 처리를 하지 않은 채 열노화 처리를 받은 것처럼 외관만 그을린 상태로 테스트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이 케이블을 검증한 새한TEP는 냉각재 상실사고(LOCA) 시험 요구기준 가운데 온도·압력 실험조건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신고리 3·4호기 납품 비리는 시험성적서 위조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시험조건 조작부터 얽힌 문제였다.
1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JS전선은 2010년 1월 신고리 3·4호기에 공급할 전력·계장·제어케이블을 해외 검증기관인 캐나다 R사로 보내 같은 해 3월 합격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JS전선이 검증용으로 보낸 케이블은 시험에 필요한 처리를 하지 않은 생케이블 상태였다. JS전선이 제대로 된 원전 납품용 케이블을 만들기보다는 납품에만 연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전에 사용되는 케이블은 화재시험, LOCA 시험을 거치기 전에 고온에서 열노화 처리를 하는 등 시험전처리 조건을 먼저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JS전선은 열노화 처리를 하지 않고 대형 열풍기에 케이블 표면을 쪼여 마치 열노화 처리를 받은 것처럼 조작해 이를 시험기관에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작은 시험조건 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새한TEP는 JS전선의 케이블에 대한 LOCA 시험 요구기준을 조작해 2010년 7월 원전 설계·감리기관인 한국전력기술에 제출해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그해 8월부터 신고리 3·4호기에 문제의 케이블이 실제로 납품되기 시작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6월 해외 시험기관의 원본을 검토한 결과 시험결과는 위조되지 않았지만 LOCA 시험 요구기준(온도·압력)을 위조한 것으로 확인했다. JS전선은 신고리 3·4호기 전력·계장·제어케이블의 화재시험을 위해 사전에 방사선을 쪼이는 '조사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실시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방사선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화재시험 역시 엉터리로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5월 새한TEP의 시험성적서 위조에 따라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케이블 재시험에 착수할 당시 해외 유수업체에서 제작한 또 다른 케이블의 성능시험을 진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JS전선의 케이블이 성능시험에 불합격할 것에 대비했다는 것이다.
해외업체 제품에 대한 시험성능 결과는 다음 달 중 나올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고리 3·4호기의 준공시기도 다음 달 중 해외업체 제품에 대한 시험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