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다시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정홍원 총리가 이를 반려하면서 진퇴를 둘러싼 소동이 거듭되면서 복지부는 온종일 당혹감속에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진장관의 사표를 반려키로 했다는 총리실 발표와 "사표 반려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는 청와대 발표에도 불구하고 진 장관이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않은채 연락이 두절되는 사태가 장기화되자 부내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 직원들은 장관 사임 소식에 사무실마다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이 과정에서 자칫 복지부 복지정책이 흔들리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특히 오후 들어 정홍원 총리가 사표를 반려했다는 소식에도 진 장관이 종적을 감춘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일부에서는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고위 간부는 "장관 거취문제로 4대 중증질환 보장,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산적한 복지정책이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다"면서도 내심 우려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 장관은 이날 복지부 청사로 출근하지 않았고, 휴대전화도 꺼져 있었다. 이날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진 장관 사무실은 문을 굳게 잠가놓아 외부 접근이 안 되는 상태였다.

정 총리가 사표를 돌려보낸 가운데 진 장관의 `결근'에 대해 복지부는 일단 연차휴가 처리를 한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은 이날 오전 사의를 결정하면서 부내 직원들과는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낮 장관의 사의표명이 공개된이후 장관 비서실은 물론 대변인실조차 이를 모르고 있었다. 부내 다른 고위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복지부 직원 누구에게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직원들은 진 장관이 이미 사의 표명을 한 만큼, 언젠가는 나갈 것이라고 여기고는 있었지만, 일부 직원들에게조차 사전에 알리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사퇴한 데 대해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진 장관이 이날 낮 사의표명을 공식 발표한 형식을 놓고도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계동의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이날 점심을 앞두고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이메일을 한통 받고 적잖은 혼란에 빠졌다.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사임하면서'라는 제목을 단 이메일이었다.

기자들은 너나없이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장관이 물러나면서 출입기자들에게, 그것도 현재의 출입기자명단이 아니라 예전 출입기자명단에 있는 이메일 주소로 사임 이메일을 보낸 형식이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출입처가 바뀌어 최근 복지부를 출입하게 된 일부 기자는 이메일을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메일이 장난은 아닌지 등 진위를 확인하느라 이곳저곳에 전화를 거는 등 한동안 법석을 떨었다.

기자들은 급하게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진 장관의 의원실 측근 보좌관을 통해 진 장관이 실제로 장관직을 사임했다는 사실을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여의도 국회에 있는 진 장관 의원실은 뒤늦게 복지부 대변인 관계자에게 전화를걸어 기자들에게 사임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 거취와 관련해 복지부는 철저하게 배제돼 있었던 셈이다.

진 장관은 3선 의원으로 평소 입이 무겁고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예의 바른 신사로 정평이 나있다. 그래서 '젠틀맨'이란 별칭이 따라다녔고, 2004년 국회 등원 이후 '백봉 신사상' 베스트 의원으로 세 차례나 뽑혔다.

진 장관은 또 대선 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총괄 정리했다. 그래서 진 장관에게는 언제나'실세'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지난 22일께부터 불거진 사의 검토설부터 27일 이메일 사퇴에 이르는 동안의 처신은 그런 이미지와 정치적 비중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특히 사표 반려이후에도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않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무위원으로서의 처신에 대한 비판론은 비등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