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능 오염수 유출 소식에

- 손님들 발길 끊겨 시장 썰렁

- 생선 상해 폐기처분하느니

- 반값에 식당 등에 넘기기도

- 한창 손님들로 붐빌 시간에

- 장사 안돼 곳곳 가게 문 닫아

- 회식도 고깃집으로 변경

- 횟집 매출 뚝 떨어져 울상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태가 불거지면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 심리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는 국내산 수산물로 전이되면서 전통시장과 수산물 유통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8일 추석을 앞두고 한창 북적대야 할 부산 자갈치시장은 한산했다.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람들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좌판에 도미 갈치 고등어가 즐비해 있지만 가격과 원산지만 묻고 가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국산 고등어 5마리에 1만 원, 국내산 갈치 3마리는 1만 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좀처럼 사가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나마 3마리 2만 원 하는 해외산 조기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50, 60대 중년 여성들이다. 

■원산지 표시 안돼 구입 기피

본지 취재팀이 갈치 판매상들에 "혹시 일본산 아니냐"고 묻자 상인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상인은 "일본산이냐고 묻고 가버리는 새댁들 때문에 부아만 치민다"며 "중국산인데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흥분했다.

시어머니와 함께 제수용품을 준비하러 온 30대 주부는 "방사능 공포로 생선을 꺼리게 되는데 자갈치시장 대부분 좌판에서는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를 탓할 게 아니라 유통과정을 제대로 밝혀 믿고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2시 부전시장 내 부전수산물시장 내부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창 손님들로 붐빌 시간임에도 장사를 접은 점포가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 전을 펼친 상인들도 낮잠을 자거나 아예 켜놓은 TV만 지켜보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일본산 수산물에 민감하느냐'는 취재팀의 질문에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일본산 취급 안 한다. 러시아 해역 등 원양에서 잡거나 연근해에서 잡은 물건인데도 잘 믿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수산물에 대한 기피 심리가 전국 최대 수산물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까지 덮쳤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중도매업도 함께 한다는 한 상인은 "못 팔면 상하니까 반값으로 식당 같은 데 넘긴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만수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회장은 "물건을 공급하는 소매상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죽하면 중도매인협회가 국내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홍보 활동에 나서달라고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횟집 등으로 갈수록 피해 확산

일본산으로 오해를 받는 어종도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갈치다. 수년간 갈치 어획이 줄면서 국내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했지만 최근에는 국내산 갈치의 공급이 늘어난 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것은 없다는 게 부산공동어시장 측의 설명이다.

연근해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경계 심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주부 박모(38·부산 연제구 연산동) 씨는 "아이들이 고등어를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아예 먹이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산이 국산으로 둔갑할 수도 있고, 설사 국산이라고 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부서 회식을 횟집으로 잡았다가 방사능 수산물 우려 때문에 고깃집 등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면서 횟집도 울상을 짓고 있다. 이처럼 일본산 수산물에서 시작된 불안심리가 연근해와 원양산 수산물에 이어 육상의 횟집 등 수산물 전반으로 번져 소비 감소와 매출 격감으로 이어지고 있다.수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수산물 최대 성수기인 추석을 맞아 제사상에 수산물 올리기를 꺼리는 등 수산물 소비가 급감해 어민과 유통업체 등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