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방 규제 등 단순 절전 벗어나
- 전력난 해소 시스템화에 초점
- 전기저장장치 등 보급 활성화
- 과도한 투자비 회수기간 단축
- 원가 절감, 경제성 확보가 관건
정부가 18일 발표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에너지 수요관리 방안'의 핵심은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급중심에서 벗어나 수요관리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실내온도 제한과 같은 단순 절전규제에서 벗어나 ICT와 전력시장을 창조적으로 융합해 전력수요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업을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마련된 방안이 시행될 경우 2017년까지 3조5000억 원 이상 규모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그동안 수요증가에 맞춰가며 공급을 늘려온 에너지정책을 이번에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은 밀양 송전탑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송전설비와 발전소의 추가 건설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0~2010년 우리나라 전력소비 증가율(연평균 5.3%)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연평균 1.0% 증가)보다 5배 이상 빠르게 증가한 것도 한 요인이다.
이번 에너지 수요관리 방안의 중심 축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은 에너지 사용이 적은 시간대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타임에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이들 시설은 설치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산업계에서 도입을 꺼려온 만큼 투자비 회수 기간 단축 등 경제성 향상이 관건이다.
리튬이온 2차 전지를 활용하는 ESS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시간대 전력을 저장했다가 요금이 가장 비싼 피크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비 회수 기간이 10년 넘게 걸리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실제 경기도 기흥 사옥에 1MW급 ESS를 실증 운용 중인 삼성SDI 의 경우 ESS· EMS 구축에 16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들 시설로 인한 연간 전기요금 절약 효과는 1억2700만 원. 최소 12~13년이 지나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ESS가 경제성을 갖추려면 투자비 회수 기간을 6~7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설치 비용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2차 전지업계에서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 절감을 실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리튬이온 전지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지만 그 이외의 기술이 선진국보다 뒤처져 있어 2020년이나 돼야 산업체, 가정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국내 ESS 분야 기술 포트폴리오를 완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지금의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대피크와 경부하 시간대의 요금차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하면 피크시간대 전력 소비가 많은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ESS 보급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도 오는 10월로 예정된 전력요금개편의 초점을 피크시간대 요금 조정에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국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중견업체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여의치 않은 중소·중견기업에 ESS·EMS 도입의 물꼬를 터주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MS 구축비용은 적용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건물은 평균 3억~6억 원, 공장은 평균 6억~1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