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5.3도까지 치솟아 올 들어 부산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6일 오후 무더위로 인해 부전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민철 프리랜서

- 매년 상인 체감경기 악화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전통시장이 한증막 더위로 인해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6일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7월 업황전망 경기동향지수는 65.3으로 전달보다 무려 18.7포인트 하락했다. 경기동향지수는 전국 17개 시·도 1306개 점포를 조사한 것으로, 100 미만은 전월보다 악화·하락, 100 이상은 호전·상승을 의미한다.

추위와 더위, 비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통시장은 매년 여름철에는 전망지수가 낮게 나오는 편이지만, 올해는 경기침체에다 남부지방은 폭염, 중부지방은 폭우까지 겹치며 예년에 비해 훨씬 악화됐다.

특히 부산지역의 전망지수는 58.6으로 서울(52.9), 광주(55.6)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았다. 그만큼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다.

이날 오후 33도를 넘는 가마솥 더위에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부전시장에는 햇빛을 차단하는 아케이드 시설에도 불구하고 손님과 상인 할 것 없이 부채질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식재료를 파는 한 상인은 "매년 손님이 줄고 있다"면서 "올해는 마른 장마에 날씨까지 무더워서 낮에는 손님 구경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나마 오후 5, 6시나 돼야 조금 붐비는 정도"라고 말했다.

부전시장은 그나마 아케이드 시설이라도 있어 나은 편이다. 부산진구 범천동 중앙시장은 따가운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있다. 점포에서 차양막을 설치하고 있지만 한여름 폭염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너무 더워서 장보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국의 전망지수는 설 명절과 봄 날씨에 힘입어 1월 70.7에서 4월 100.3으로 정점을 찍은 뒤 5월 93.8, 6월 84.0을 기록하며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상인들은 업황이 나빠진 이유로 경기침체(36.4%)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에 못지않게 예년보다 무더운 날씨(35.9%)를 지목했다. 이어 제품 특성상 비수기(27.2%), 대형마트·SSM 영향(17.1%) 등이 뒤를 이었다.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본격적인 무더위와 휴가 시즌, 태풍 등으로 날씨에 취약한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고, 에어컨을 갖춘 대형마트나 백화점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망지수는 최근 몇 년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