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곽순환道 요구액 20%만 반영

-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지원 삭제

부산시가 각 정부 부처에 요구한 내년도 예산이 대폭 삭감되거나 미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복지 예산 확대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삭감(5년간 12조 원) 방침에 부산시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오는 9월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로 넘기기 전에 시와 정치권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 필수사업 예산 삭감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2일 본지 취재팀이 새누리당 이헌승(부산 부산진을)·하태경(해운대기장을) 의원을 통해 확보한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의 내년도 국비 확보 계획을 확인한 결과, 부산 외곽 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시 요구액(5482억 원)의 20%밖에 되지 않는 1020억 원이 반영됐다.

이 사업은 부산 도심을 경유하지 않고 동·서부산을 연결하는 순환고속도로 구축사업이자 동남권의 경제권 강화를 위한 필수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이 부처 요구안대로 대폭 삭감돼 반영되면 2015년 준공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는 SOC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33% 삭감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준공이 당초 계획보다 1~2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도시재생을 위한 사업비도 시는 500억 원을 요구했지만 대폭 삭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국토부는 당초 3, 4개 선도지역을 선정해 모두 2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1025억 원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부산도시철도 1·2·3·4호선 무임승차 손실분 지원을 위해 시가 요구한 928억 원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시는 정부에 무임승차 손실분 보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국토부와 보건복지부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무임승차 손실분 미보전으로 부산교통공사의 한 해 적자는 18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의 적자를 시에서 보전해주고 있어 시의 재정 압박도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서낙동강 준설을 위한 하천정비사업 예산 200억 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질개선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낙동강은 수문 설치로 인한 강물 흐름의 정체로 오염물질이 퇴적돼 여름철 녹조 발생 등 수질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으로 서낙동강 18.5㎞ 중 7.5㎞는 준설했지만 나머지 구간은 예산 부족으로 준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수부도 부산 신항만 건설 등 부산 관련 예산을 줄줄이 삭감했다. 시는 신항만 조기 건설을 위해 1500억 원을 요구했지만 해수부는 550억 원만 반영해 기재부에 넘겼다. 북항재개발 사업 예산도 120억 원으로 시 요구액(200억 원)에 비해 80억 원이 삭감됐다. 항만배후도로(북항대교·동명오거리·천마터널 등) 건설비도 시는 200억 원을 요구했지만 해수부는 56억 원만 반영했다. 이로 인해 2014년 개통하는 북항대교와 함께 동명오거리·천마터널 연결도로가 동시에 개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항만배후도로 건설에 따른 신항~북항 물동량의 원활한 수송과 교통난 완화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