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자금조달 비용 커지고
- 조선·해운 등 수출기업 타격
- 가계도 대출 이자 부담 가중
- 소비 부진에 내수 악화되면
- 하반기 경기회복 무뎌질 수도
양적완화 축소를 공표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발언 이후 하루가 지난 21일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이틀째 요동쳤다. 2008년 말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국내로 유입된 300조 원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계와 기업에 미칠 여파도 클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자금 이탈은 채권금리 상승을 불러오고 결국 대출자들에게는 금리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자금조달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상승 불러 이자 부담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했던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신흥국으로 들어왔던 자금이 미국으로 다시 흡수되는 달러 자금 이탈이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금리는 양적완화 축소 발표가 난 직후부터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조선, 해운, 건설 등 취약 업종의 기업은 금리부담과 함께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가계는 이자부담이 커져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위축은 하반기 우리 경제 회복에 큰 복병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발행하는 외채의 가산금리가 올라가고 국가부도지표인 CDS 프리미엄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등 신흥국들도 경기침체를 겪게 되면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출부진에 내수까지 악화하면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 자동차업계에는 이번 양적완화 축소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기가 호전된 만큼 미국의 소비심리도 회복돼 대미수출 확대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원화가치 하락은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양적완화의 여파가 수출회복으로 연결되기까지 실물경제는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버냉키의 이번 발언이 "양적완화 축소이지 출구전략과는 거리가 있다"며 좀 더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고희채 연구원은 "연준의 출구전략은 양적완화 축소→양적완화 종료→기준금리 인상 등 3단계로 시차를 두고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버냉키 의장이 언급한 대로 하반기부터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27일 대응방향 발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회복을 전제로 한 버냉키 의장 발언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시켜 주는 측면도 있지만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유출로 인해 시장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 부총리는 이어 "다만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대외건전성도 개선되고 있어 다른 신흥국에 비해 그 영향이 차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현 부총리는 '201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발표 시기가 오는 27일로 정해졌다고 밝힌 뒤 저성장 극복과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 등을 핵심 내용으로 제시했다. 그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저성장 흐름을 끊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며 "기존의 정책 패키지들을 본격적으로 실행해 나가면서 성과를 점검한 뒤 추가적인 방안들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