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금융당국 교감 의혹

- KB·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 고위 관료 출신 잇따라 선임
- "종합검사 결과 때문"은 핑계
- 지방은행까지 물갈이 나서

# 부산지역 민심 '부글부글'

- "지방銀을 '인사 정거장' 악용
- 정부 입맛대로 관료 임명 땐
- 지역현실 몰라 피해 불보듯
- 수장 내부 배출 원칙 지켜야"

금융감독원은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에게 퇴진하라고 요구한 것은 BS금융지주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정부와 감독당국이 일정한 교감을 갖고 우리 KB 산은 하나 등 4대 금융지주 수장에 이어 지방 지주회사 수장까지 물갈이에 나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지역 경제계는 부산경제의 큰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BS금융지주를 정부 관료 출신들의 인사 정거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지방은행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장호 행장 취임 후 비약적 발전

지난달 23일 부산진구청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을 위한 밑반찬 조리강좌' 행사에 참석한 이장호(오른쪽 두 번째) BS금융지주 회장이 결혼 이주여성들과 음식을 만들고 있다. 국제신문DB

이장호 회장이 부산은행장에 오르고 난 이듬해인 2007년 말 부산은행의 총자산은 27조2983억 원으로 처음으로 대구은행(25조4115억 원)을 제쳤다. 이후에도 부산은행은 이 회장 체제 아래서 꾸준히 성장했다. 올 3월 말 기준 부산은행과 BS금융그룹의 총자산은 각각 44조6406억 원, 48조829억 원이다. 대구은행(39조1251억 원) 및 DGB금융그룹(39조7908억 원)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부산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지난해 말 15.19%로, 시중은행 평균인 14.30%보다 높다. 은행 수익 지표인 ROA(총자산순이익률)와 ROE(자기자본순이익률)도 각각 0.88%, 11.65%로, 4대 시중은행 평균 0.52%와 7.15%보다 높다.

BS금융 관계자는 "이 회장이 행장 시절부터 매출과 수익을 크게 늘리면서 부산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발돋움시켰다. 부산은행장에 취임하기 전과 현재의 총자산을 비교하면 배 이상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9월부터 실시한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를 지난 5일 발표하고, 이 회장의 인사 전횡을 암시하는 정보를 흘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다 이 회장 자리에 전직 정부 관료가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사회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회장 내부 승진 전통 지켜야

'말단 행원에서부터 출발한 정통 부산은행맨'인 이 회장은 2006년 3월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제10대 부산은행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은 부산은행장을 한 차례 연임한 데 이어 2011년 BS금융지주사 출범과 함께 회장을 맡고 있다. 앞서 심훈(9대) 전 은행장과 김경림(8대) 전 은행장은 한국은행, 이연형(7대) 은행장도 제일은행 출신이다. 최근 KB금융지주 회장과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에 잇따라 고위 관료 출신이 내정되자 '이 회장 체제' 이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사회는 "회장의 내부 승진원칙이 꼭 지켜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연대 박인호 의장은 "지역은행인 부산은행과 BS금융지주의 수장은 당연히 은행 내에서 배출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지역 경제 전체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중앙정부도 이런 지역 사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도 "내부에서 회장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경제 실정에 정통한 사람이 회장 자리에 오른다는 의미다. 지역 경제를 생각한다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부산이라는 영업기반을 잘 알고 있고 주주와의 관계를 끈끈히 이어온 사람이 당연히 회장 자리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은행 노조도 관료 출신 '낙하산 회장'이 온다는 말이 나오자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역경제 실정을 도외시한 채 정부정책에 편승해 정부 입맛대로 수행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부산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현장 경험과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금융의 특성상 내부인물이 조직의 수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