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8일 정부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원전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사건 후속 조치 및 재발 방지대책과 전력수급 비상체계 가동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안전핵심 제어케이블 불량
- "現검증체제 사업자에 의존"
- 원안위, 외부제보 받고 적발

- 정부 전력수급 문제 급급
- 총체적인 점검도 안돼
- 朴대통령 "책임소재 분명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8일 발표한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은 안전평가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부품의 서류가 전문인증기관 주도로 조작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동안 발생했던 위조 사례는 납품업체가 주도했으나 이번에는 다수의 납품업체들로부터 여러 가지 부품에 대한 검사를 의뢰받아 적합성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 직접 시험성적서를 날조했다. 외부의 제보가 없었더라면 적발되기 어려웠을 사안으로, 이번에 적발된 제어케이블이 아닌 다른 부품에서도 이처럼 서류를 위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잊을 만하면 터지는 부품 문제로 인해 원전 안전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안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국내 모 시험기관이 제어케이블 시험 중 일부 사항을 캐나다의 시험기관에 의뢰했고, 그 결과 중 부정적인 내용을 위·변조했다. 시험에 필요한 압력조건이 요구기준을 만족하지 못하자 시험 그래프를 수정했으며, 시험 결과를 조작해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보고서를 위조한 것이다.

원안위는 지난달 말 제보를 받은 뒤 조사를 확대하고 시험성적서 원본을 캐나다로부터 받아 대조한 끝에 이를 밝혀냈다. 제어케이블은 원자로냉각재·안전주입·정지냉각·1차 기기 냉각수 계통 등에 설치되며, 비상 시 제 기능을 못 하면 핵연료 냉각 및 방사성 물질 외부차단을 할 수 없는 중요한 부품이다. 해당 직원이 이처럼 중대한 부품의 서류를 조작해 통과시켜 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원안위는 규제기관이기 때문에 수사권이 없어 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이번 경우 현행 검증체계에서 제보가 없이는 적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철저한 사전 예방 위주로 검증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검증체계는 민간업체의 제출 자료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1차 검수 책임을 지는 한국전력기술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전력수급 문제 해소에 급급해 원전 안전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원안위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부품교체에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으나 산업통상자원부는 4개월 내 부품교체가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관한 보고를 받고 "확실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투명하게 밝힐 뿐 아니라 거기에 맞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