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 원전에 납품된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또 위조됐다. 계획에 없던 원전 가동 중단으로 올여름 전력수급에도 큰 차질을 빚게 돼 정부가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전력수급 관리에 들어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안전등급 제어케이블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제어케이블은 원전사고 발생 시 원자로의 냉각 등 안전계통에 동작신호를 보내는 중요한 안전설비다. 이에 따라 현재 가동 중인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는 원자로 가동 정지 후 제어케이블을 교체하고, 지난달부터 계획예방정비 중인 신고리 1호기는 정비기간을 연장해 교체하도록 했다. 운영허가 심사 중인 신월성 2호기는 운영하기 전까지 교체할 방침이다.

이번 위조사건은 지난달 말 '원자력안전신문고'에 신고리 3·4호기의 서류가 위조됐다는 제보가 들어와 밝혀지게 됐다. 원안위가 신고리 3·4호기의 케이블을 조사한 결과 시험조건이 일부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유사한 케이블이 설치된 원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도 불량부품이 사용된 것이 밝혀졌다. 신고리 3·4호기는 추가조사 후 안전성 평가를 실시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 공급업체, 국내시험기관, 한국전력기술(주)(이하 한전기술),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 등 서류 위조에 책임이 있는 기관과 관련자에 대해 검찰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험성적서 위조는 납품업체로부터 검증을 의뢰받은 국내시험기관이 해외 시험기관에 테스트를 의뢰한 뒤 받은 결과지를 합격한 것처럼 꾸미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한전기술은 1차적 검수책임자이며, 한수원은 포괄적 관리책임자다.

4개월의 부품교체 기간 동안 3개 원전이 정지되는 등 전국 원전 23기  중 정전 원전은 10개로 늘어나 유례 없는 전력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장기 정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산업체를 중심으로 휴가 분산, 조업 조정 등을 강력히 시행하고 에너지 과소비 단속도 강화하는 등 수요 감축을 실시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대책은 오는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