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차, 8단 자동변속기 이어
- 연비 등 강화 10단 변속기 개발 중

- 폭스바겐, 수동·자동 조합 'DSG'
- 무단변속기 'CVT' 차량도 인기

자동차 업계의 변속기 경쟁이 한창이다. 불황과 고유가가 겹치면서 고연비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변속기는 엔진의 동력을 바퀴에 효율적으로 분할 전달해 연비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국내외 업체들은 변속기 단수를 끌어올리거나 무단 변속기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신(新)연비' 표기가 의무화되면서 연비 1등급(ℓ당 16㎞ 이상) 평가를 받기 위한 각 업체의 노력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연비란 올해부터 국내 전 차종에 적용되는 새 연비 표시제도다. 도심, 고속도로, 고속·급가속, 에어컨 가동, 저온 등 실제 주행환경과 비슷한 상황 하에서 연비를 측정·산출한다. 보통 기존 연비보다 10~20%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단 변속기로 연비 잡기 승부수

현대기아자동차는 프리미엄 모델인 에쿠스와 제네시스, K9과 모하비에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8단(고단) 후륜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기존 제네시스와 에쿠스 차량에 적용되던 독일 ZF와 일본 아이신의 6단 후륜 자동변속기를 대체할 독자 파워트레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현재 현대차는 변속기 단수를 한 단계 올린 10단 변속기를 개발하고 있다. 10단은 변속기 구조상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대 허용 단수다. 이 업체가 변속기 단수 높이기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연비를 높이는 동시에 주행 성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단 변속기의 효율성은 건물 계단을 오를 때 계단 단수가 많을 수록 힘이 덜 드는 원리로 설명된다. 건물 한 개 층을 오를 때 계단 수가 4개라면 보폭도 넓게 잡아야 하고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계단 수가 8개라면 보폭을 줄여 힘이 덜 든다. 4단 변속기를 단 차량보다 8단 변속기를 단 차량이 연비가 좋은 이유다.

폭스바겐은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조합한 DSG(Direct Shift Gearbox) 변속기로 연비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변속기는 수동변속기처럼 기어를 건너뛰어 저단으로 변속할 수 있으며, 변속에 소요되는 시간은 0.02초로 수동변속기보다 빠르다. 또 토크 컨버터(회전력 변환기)의 슬립(미끄러짐) 현상으로 구동손실이 발생하는 일반 자동 변속기와 달리 이상적인 기어비(엔진의 출력이 변속기 안에서 구동력으로 변환될 때 각 기어의 비율) 선택도 가능하다. 현재 폭스바겐의 골프와 중형세단 파사트, CC를 비롯,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과 투아렉 등 국내 판매 전 모델에 DSG가 적용돼 있다.

■무단변속기 단 모델로 연비 높여

달라진 연비 기준 체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변속기는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무단변속기)'다. CVT를 채택한 승용차들의 연비가 자동변속기 장착 차량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CVT 장착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CVT는 변속 단수를 없앤 무단변속기다. 차량 속도 및 엔진회전수(rpm)와 관계 없이 연속적인 변속이 가능하고 크기와 무게를 줄여 가속 성능과 연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변속할 때마다 힘의 전달이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자동변속기보다 CVT는 동력전달 효율이 높아 연비가 좋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적용 차종은 최근 연비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닛산 알티마(12.8㎞/ℓ), 르노삼성의 SM5(12.6㎞/ℓ)와 SM3(15㎞/ℓ) 등이다. 뉴 알티마에 최초로 탑재된 신형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CVT)는 정지 상태에서 최고 속도에 이르기까지 변속 충격이 없다. 또 기존 CVT 부품 70%를 다시 설계해 내부 마찰을 줄이는 한편 기어비 범위를 넓혔다. 저속에서 강한 구동력을 확보하고 고속에서는 효율을 높여 연비를 좋게 했다.

르노삼성의 신차 뉴 SM3에는 X-CVT 무단변속기가 장착돼 경차에 버금가는 15㎞/ℓ의 연비를 낸다. 닛산의 자회사인 자트코에서 개발·생산한 X-CVT는 기존 무단 변속기에 보조 변속기를 달아 연비는 물론 초기 가속 성능과 정속 주행 성능을 개선했다. 또 변속기 무게를 13% 이상 줄여 연비 성능도 한층 끌어올렸다.

현대기아자동차도 배기량 1000cc 모닝과 레이의 2013년형 모델에 무단변속기를 적용한 데 이어 소형차 엑센트와 프라이드 1.4 모델에도 추가 적용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황으로 CVT 변속기 차량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CVT변속기는 높은 연비를 실현하고 변속 충격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엔진 출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데다 응답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차량 선택 때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