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살펴보는 등 제주지역 어촌 생활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하도 체험마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 소라 생산량 급감 사태 발생
- 우뭇가사리 채취 자제하니
- 해마다 늘어나 예년 배 수준
- 적게 잡으면 많이 온단 말 실감
- 영구 휴식년제 도입 등 고민

한 어촌에서 소라 생산량이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마을 특산물로 잘 잡히던 소라가 왜 한 해 만에 자취를 감췄을까. 해답은 통계에 있었다. 우뭇가사리 생산량이 급증하자 소라 생산량은 확 줄어든 게 그래프로 드러났다. 우뭇가사리는 소라 등 조개류의 먹이다. 우뭇가사리 채취를 자제했더니, 거짓말처럼 소라가 돌아왔다. 적게 잡으니 더 많이 돌아온 것이다.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얘기다.

하도 공동체는 507명의 어촌계원 중 485명이 잠수 해녀이며, 579㏊의 드넓은 하도 어장은 제주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서 주로 소라 톳 우뭇가사리 오분자기 문어 등이 생산된다.

■ 소라·우뭇가사리 '윈-윈'

소라의 연평균 생산량은 50~71t 정도. 그런데 2007년 소라 생산이 31t으로 반 토막 났다. 2008년 어촌계장으로 선출된 임 위원장은 장부를 모두 꺼내 그래프를 만들었다. 그래프에 답이 보였다. 평소 건조 우뭇가사리 가격은 ㎏당 4000원. 2006년 일본에서 우뭇가사리 붐이 일면서 우리나라 우뭇가사리의 일본 수출이 늘어났고, 가격도 ㎏당 8000~9000원으로 배 이상 뛰었다. 평소에는 우뭇가사리를 한번 채취(1번 초)하고 나면 두 번째 올라오는 싹(2번 초)은 수확하지 않는데 그해에는 두 번, 세 번째(3번 초)까지 '싹쓸이'했다.

"우뭇가사리 작업 일수를 줄이고, 1번 초만 작업하도록 했습니다. 우뭇가사리 생산량을 80t으로 줄였더니, 소라 생산량이 70t으로 회복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소라 생산량이 130t, 우뭇가사리는 145t으로 늘어났습니다. 올해는 소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 같아요."

자율관리어업의 원리를 체감한 임 위원장과 어민들은 해적생물인 성게 구제 작업 등 2007년부터 어장관리를 해 2008년 3억2000만 원이던 우뭇가사리 수입은 지난해 6억 원을 기록했다. 소라 수입도 같은 기간 3억5000만 원에서 5억5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임 위원장은 올해 자율관리어업 전국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 "어자원 이자는 무려 300%"

임 위원장은 하도 공동체 어장을 10개 정도로 구획을 나누고 그중 한 구역에 '영구 휴식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궁리 중이다. "인공 방류는 효과가 10%인데 비해 자연증식 효과는 100% 이상입니다. 어장의 한 구역을 자연상태로 보존하면 그곳의 수산자원 증식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고, 자연스레 주변 구역으로 자원이 퍼져나가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를 실천하려면 이를 입증할 과학적인 근거도 필요하다. 임 위원장은 하도 공동체 어장을 그 실험지로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임 위원장이 어민에게 제시하는 비전이 있다. '바다는 은행이고, 수산자원은 저축이며, 자원은 이자율 300%'라는 것이다. 이자 없는 상태에서 저축한 돈을 찾아가기만 하면 남는 것이 없듯, 자산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가꿔야 한다는 의미다. "1년을 참으니 3년이 풍요로웠습니다. 하루에 4~5시간 작업하면 5700원을 벌지만, 자원관리를 잘 하면 1시간만 작업해도 10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하도 공동체는 관광상품을 통한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소라 자원이 풍부한 만큼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라잡이 행사를 진행한다. 소라만 팔면 ㎏당 5000원을 받지만, 체험상품으로는 같은 양을 팔더라도 참가비까지 더 얹게 된다. 오는 2015년에는 어업 외 소득이 10%, 2020년에는 30%가 되도록 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