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올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2.4%로 대폭 낮춘 것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갔음을 알리는 공식 신호다.

이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평균 3.3%보다도 낮다. 경기방어의최후전선인 한은마저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한 만큼 시장엔 적지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저성장 시대 돌입…반등은 '예정 없음'

한은이 2%대의 성장률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10여 년간 우리나라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1998년(-5.7%), 2003년(2.8%), 2008년(2.3%), 2009년(0.3%) 뿐이다.

1998년, 2003년엔 경제가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엔 유례없는 장기 부진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연이은 미국ㆍ유럽발 위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경기를 상반기에 부진하다가 하반기에 소폭 회복하는 '상저하고'로예상했다. 그러나 경기 저점은 미뤄졌다. 3분기 들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을2.5%로 낮췄다. IMF도 이달 3.0%에서 2.7%로 조정했다.

다급한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생산ㆍ투자ㆍ소비 등 모든 실물지표가 되레 나빠졌다.

8월 소매판매는 내구재ㆍ준내구재 모두 감소했고 광공업생산은 석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ㆍ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한은이 아직 미공개된 지표까지 보고 전망한 것인 만큼 9월 이후 역시 침체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GDP갭률 역시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GDP갭이란 잠재GDP와 실질GDP의 차이다. GDP갭률이 마이너스란 것은 경제가 잠재치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7월 전망 당시 한은이 추정한 우리나라의 GDP갭률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0.2%씩이었다. 내년 초는 상반기 -0.3%, 하반기 -0.1% 안팎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은이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만큼 GDP갭률의 마이너스(-)세는 더 길고 깊어질 것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은 그만큼 더 멀어진다.

HMC투자증권 이정준 연구원은 "내년으로 넘어갈 때 잠재GDP가 0.7~0.8% 정도"라며 "한은의 (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이보다 낮으면 금리인하 등 추가 조치가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내년 회복 관건은 대외경제…'L자형' 침체 우려도

한은은 내년 성장률은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치다.

9일 국정감사에서 김중수 총재는 "내년 3%대 초반 성장은 낙관적인 전망이 아니다"라면서도 "4% 성장은 어렵다"고 말해 결국 3% 초중반을 내놓을 것이란 것을 시사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4.0% 성장과는 크게 대비된다. 이에 따라 내년 정부의 세입ㆍ세출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KDI는 내년 성장률을 3.4%, IMF는 3.6%을바라보고 있다.

한은이 내년 3.2% 성장을 예상한 것은 미국과 유럽 등 대외경제 상황이 현재보다 개선된다는 전제하에서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재정절벽' 위험은 여전하다. 상설구제금융 기구(ESM)의 출범에도 유럽 위기의 불확실성은 '상수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장 연관이 큰 중국경제는 7%대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유력하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 역시 앞으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대외경기 악화'를 이유로 들며 성장률 전망을 3.7%→3.5%→3.0%→2.4%로 낮췄기때문이다.

일각에선 한은의 경기전망 능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국정감사에서도 "지난 5년간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오차가 2.0%포인트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타 민간기관과 비교해도 한은 전망의 정확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저성장 기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가 한 번 추락한 다음 장기간 밑바닥을 헤어나지 못하는 이른바 'L자형' 침체를 거론하는 사례도 있다. 내년 경제성장마저도 위태롭다는 얘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