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구청, 173억 원 감액 조건
- 산출근거 규약 등 개정 요구
- 15개 관련회사, 94% 부담 반발
- "어유 때문에 크롬…공동책임"

483억 원의 폐수 배출부담금 부과 사태(본지 지난 2월 15일자 1, 3면 등 보도)에 직면한 부산신평장림피혁공업사업협동조합(이하 피혁조합)이 규약 개정을 두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9일 피혁조합과 사하구청 등에 따르면 사하구는 최근 483억 원의 폐수 배출부담금을 173억 원으로 감액하는 조건으로 피혁조합 내 개별업체(조합원)에 대한 폐수 배출부담금 산출 근거가 되는 규약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혁조합은 규약 개정을 위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피혁업체와 수산물가공업체 간에 워낙 입장 차이가 커 진통을 겪고 있다.

규약이 개정되면 물 사용량이 많은 데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크롬을 배출하는 15개 피혁업체들은 감액된 전체 부담금 173억 원의 94%인 162억여 원을 물어야 될 가능성이 높아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전체 조합원 53개사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연육업체와 어묵제조업체 등 수산물가공업체는 "이번 기회에 폐수 부담금 문제를 털고 가자"는 입장이어서 양 측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10일 열리는 피혁조합 이사회에서는 규약 개정을 결정하는 총회 일정을 잡기에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피혁업계는 규약이 개정되면 단지 내 피혁업체의 줄도산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폐수 배출부담금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 피혁업체의 크롬 배출이 전부가 아니라 수산물가공업체에서 내보낸 어유(생선기름)와 크롬이 뒤엉켜 발생한 복합적인 것인만큼 수산물가공업계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혁업체 A사 관계자는 "피혁업체들만 가동되던 지난 20여년 동안 단 한번도 크롬 배출이 문제가 된 적이 없었는데 수산물업체들이 단지 내에 입주하면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어떻게 우리만 책임을 져야하느냐"면서 "수산물업계가 수를 앞세워 임시총회를 열고 규약을 개정한다면 이번 사태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혁조합은 양측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업체의 존망이 달린 문제다 보니 피혁업계에서 극렬반발하고 있다"며 "규약 개정을 둘러싸고 양측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