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염물 70% 제거… 수질 개선
- 회원사 큰 비용에 설치 난색

520억 원대의 폐수 배출부담금 부과 사태(본지 지난 2월 15일 자 1, 3면 등 보도)에 직면한 부산신평장림피혁공업사업협동조합(이하 피혁조합)이 개별업체의 폐수 정화시설 설치를 통해 뚜렷한 수질개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설치 비용과 향후 유지·관리에 대한 부담으로 많은 업체들이 시설 도입에 소극적이어서 부산시와 사하구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혁조합은 최근 피혁업체인 (주)남청이 1억 원을 투입해 크롬제거기를 도입하고, 수산물가공업체인 (주)늘푸른바다도 3000만 원을 들여 유수분리기를 도입한 결과, 이들 업체에서 배출되는 폐수에서 크롬과 어유(생선지방)가 각각 70% 정도 제거됐다고 24일 밝혔다.

폐수 배출부담금 사태를 초래한 원인은 피혁업체에서 배출하는 크롬과 수산물업체의 어유가 뒤엉켜 발생하는 스컴(물 위에 떠 있는 찌꺼기)이다. 피혁조합은 지역에코혁신사업의 환경 컨설팅을 받아 스컴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피혁업체와 수산물업체에 크롬제거기와 유수분리기를 시범 도입했다.

피혁조합도 부산시와 사하구로부터 6억 원을 지원받아 슬러지 탈수기 2대를 설치해 가동 중이다. 이런 자정 노력 덕분에 폐수 수질은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같은 정화시설을 개별업체로 확장하는 일이다. 시범 사업을 통해 폐수 수질이 확연하게 개선됐음에도 아직 개별 조합원(업체)은 비용 문제로 시설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피혁업체의 경우 크롬제거기 도입에 5000만~1억 원이라는 목돈이 드는 데다 시설 설치 후에도 크롬 슬러지를 처리하는 데 고정 비용이 발생한다. 수산물업체도 사정은 같다. 2500만~3000만 원을 들여 유수분리기를 도입해도 기름 찌꺼기를 처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크롬 슬러지와 기름 찌꺼기는 모두 산업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처리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해썹(HACCP) 적용을 받는 수산물업체는 분리된 기름 찌꺼기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더욱 시설 도입을 기피하고 있다.

여기에 업체별로도 시설 도입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과정에서 크롬을 사용하지 않는 피혁업체와 어유가 발생하지 않는 어묵제조업체는 시설 도입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혁조합은 스컴이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이 오기 전까지 피혁업체 5~10개, 어묵 재료를 가공하는 연육업체 6개를 대상으로 시설 도입을 권유하고 있다.

피혁조합 관계자는 "불경기로 업황이 좋지 않아 시설 도입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들이 많다. 폐수처리 비용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사업장의 추가 시설 비용마저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다"면서 "부산시와 사하구에서 업체들의 부담 완화 차원에서 비용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해 준다면 시설 도입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