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비용 마련 못해 발동동

오는 2015년 부산으로 이전하도록 돼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부산 이전이 '종전 부동산(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보유한 건물 및 부지) 매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다른 이전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경기도 안산의 부지를 매각한 자금으로 부산 동삼혁신도시에 새 본원을 건축해야 하는데 올 상반기에 실시된 두 차례 공매가 모두 유찰됐기 때문이다.

11일 국토해양부와 해양과기원 등에 따르면 부산 이전에 필요한 비용은 1217억 원으로 그중 300억 원이 정부가 지원하는 기반공사와 설계비다. 해양과기원은 그 나머지 비용인 917억 원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여 해양과기원은 자금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지 9만2929㎡, 건물 3만1171㎡의 안산 본원의 감정가격은 980억 원으로 추정된다. 덩치도 큰 데다 용도가 저층만 들어설 수 있는 1종 일반 주거로 돼 있어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안에 안산 본원이 매각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도 2015년까지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해양과기원은 단순히 일반 사무공간의 이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해양관측장비 등도 함께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이사 비용과 과정도 남다르다.

부동산 매각을 위해 아파트 등 대단위 주거공간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건설 등 기업체들의 매입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해양과기원이 안산시와 협의한 결과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여건이 불리한 만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종전 부동산을 매입하는 기관들이 해양과기원 본원을 사들일 가능성도 희박하다.

해양과기원 관계자는 "자체 재원이 충분하면 시간에 쫓겨 급히 매각을 하지 않아도 여유자금으로 새 건물을 지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부동산 매각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이전 기관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어서 최악의 상황에는 빚을 내어서라도 건물을 이전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위한 종전 부동산 매각을 올 연말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지만 7월 현재 117곳 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 34곳만 매각이 이뤄졌다. 부산으로 이전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남양주 종합촬영소도 감정가 1229억1500만 원의 큰 규모인 데다 접근성과 용도제한 등의 문제로 아직도 매각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PF 등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종전 부동산 매각이 어렵다"며 "이전하는 개별 기관이 재원마련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용도변경을 한 뒤 매각한 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등의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다음 달과 11월에 추가 합동 투자설명회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