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형마트의 규제 조례 변칙 운용에 항의하며 동래구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이정식(오른쪽)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회장이 동래구청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명륜1번가' 활성화 위해 추진
- 중소상인협회 "형평성 어긋나"

오랜 진통 끝에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부산 동래구의 개정 조례안이 동래구 의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조례안의 일부 단서조항에 대해 부산 내 일부 중소상인들이 "구청 측이 지역의 특수성만을 고려해 특정 업체에만 혜택을 주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부산 동래구 의회는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가결했다. 동래구청 측에 따르면 통과된 조례안은 지난 3월 부산시가 발표한 권고안에 따라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을 자정에서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제한하고, 두 번째와 네 번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구청장이 지역 특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영업제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고시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구청 측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명륜1번가(도시철도 동래역 2번 출구~동래구청 후문 구간) 활성화 사업'의 성공을 위해 메가마트의 심야 영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래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명륜 1번가 상권 내 703개 업소들이 메가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며, 인근 15곳의 전통시장들 역시 단서조항의 도입에 대해 동의를 했다. 메가마트의 심야 영업을 제한하면 이곳에서 식자재를 구입하는 심야 영업 점포(동래구 내 점포의 70~80%가 해당)들 상당수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구청 측의 주장이다. 게다가 해당 지역 상인들 상당수는 메가마트 소유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례 통과에 대해 일부 부산지역 상인들은 지역상권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미명하에 상위법인 유통법의 취지에 어긋난 조치가 취해졌다며 비판에 나섰다. 일선 구·군이 단합해 조례를 강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의 대형마트만 예외 규정을 두어 영업시간을 늘려주는 것은 형평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동래구청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이번 개정안이 지역 상권의 특수성을 감안한 상생안이 되기 위해서는 메가마트가 연장된 심야 영업시간 만큼 자발적으로 낮 영업시간을 줄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래구청 측은 "영업시간 연장으로 인한 부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메가마트 측에 영업시간 축소를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