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지난 7일 오후 김황식(왼쪽에서 두 번째) 총리 등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를 방문해 전력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 7월전 인상 기정사실화

전력소비 급증으로 인한 여름철 정전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정부의 '전기요금 조기 인상' 결정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식경제부는 8일 오전 이관섭 에너지자원정책실장 등 8명의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전기위원회를 열고 한국전력공사가 제시한 전기요금 '평균 13.1%' 인상안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

지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예비전력 부족 상황에 따른 대규모 정전사태 가능성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을 일시에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한전의 인상안은 '일단' 부결 처리하고 인상안을 수정해 다시 제출할 것을 한전 측에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긴급 전기위원회 회의가 전기요금의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했다"며 "다만 산업용과 주택용 등 업종별 인상률과 관련해서는 밸런스(균형)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정부는 그러나 전기요금 조기 인상 방침을 내부적으로는 확정한 상황이다. 한전 인상안에 대한 타당성 여부와 물가상승률 등의 경제적 요건을 감안해 인상폭과 시기만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어차피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면 가급적 여름 성수기(7월)보다 일찍 올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고 인상 계획을 기정사실화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산업용과 주택용이 모두 해당되며, 인상률은 각각 5~7%선과 2~3%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경부는 이 문제를 놓고 관계부처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배경에는 하절기 안정적 수급에 필요한 예비전력은 500만 ㎾지만 최악의 경우 올여름 150만 ㎾밖에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일 오후 2시42분 예비전력은 316만 ㎾를 기록(본지 8일 자 7면 보도)해 지난해 9월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력예보 상황이 '관심' 상태로 전환됐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기업의 조업시간을 단축하고 그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에만 올해 2191억 원을 사용했다"며 "우리가 절전하면 하루에 100억 원씩 아낄 수 있는 돈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기료 인상을 통한 수요 절감과 무조건적인 절약 촉구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일방적 희생'을 주장하고 있는 산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산업용 전기료가 인상될 뿐 아니라 유럽발 경제위기와 내수 부진 등 악재가 겹쳐 전기료 인상 때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부 업종에서의 전기요금은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