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차를 많이 이용하는 직장인 김모(43) 씨는 매달 받는 급여 183만 원의 27%인 50만 원을 유류비로 지출한다. 그의 연봉 2196만 원 가운데 13%인 연 290만 원이 유류세로 빠져나간 셈이다. 반면 연봉 1억5000만 원인 대기업 임원 박모(59) 씨는 회사로부터 유류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연간 7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고소득 전문직인 사업자 이모(52) 씨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 유류비를 전액 비용으로 인정받는다. 김 씨보다 소득이 높은 이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가처분소득에서 부담하는 유류비가 전혀 없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2일 서울 대우재단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소득의 13%가 유류세로 빠져나간다"며 "생활이 어려운 계층에게서 유류세가 더 징수되고 있어 법 형평성에서도 어긋나는 만큼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납세자연맹은 유류세 중 탄력세율과 할당관세를 인하하는 것만으로도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313원까지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유류세 인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납세자연맹의 설문조사 결과 유류세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방 ▷차를 많이 쓰는 영업직 ▷부수 및 검사 직종 ▷자녀문제, 부모님 봉양, 주말부부 등 불가피한 이유로 자가용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 ▷차를 많이 쓰는 영세사업자 ▷화물차 운전수·알뜰장터 사업자 등 생계형 자영업자에 더 많이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저소득자에게는 실질적으로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주장이다.

납세자연맹 관계자는 "2010년 국세 중 간접세의 비중이 무려 5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유류세 세수가 국세수입의 14%(25조 원)를 차지하는데 이는 근로소득세(16조 원)보다 9조 원이나 더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유류세와 같은 비합리적인 세금이 유지된 것은 납세자가 유류세로 얼마를 내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유류세는 우리나라 간접세의 버팀목이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대신 유류세가 잔뜩 묻은 기름값은 서민경제를 가장 많이 압박하는 요인이다. 이번 선거철에는 실행 불가능한 '무상 복지공약'에 매달리고 헛구호나 해대는 후보보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유류세의 합리적인 조정에 눈을 돌리는 후보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