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가 된 파랑새 저축은행의 예금주들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상가에서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직원들로부터 가지급금 지급 등 예금자보호 대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안심하라더니 뒤통수 쳐" 예금주들 분통 터뜨려
- '정상' 토마토2도 인출행렬
- 이승우 예보사장 예금 들며 예금주 불안 달래기에 나서

정부의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 후 첫 영업일인 19일 부산지역 예금주들은 불안감을 드러내며 크게 동요했다.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고통을 받았던 터라 그 상처와 공포가 더욱 컸다. 특히 이날 정상영업 중인 토마토2저축은행 부산본점과 타 지역 지점에선 하루 동안 416억 원이 인출되며 예금인출사태(뱅크런) 조짐을 보였다.

■토마토2 불안감 팽배

	예금보험공사 이승우 사장은 예금주들의 불안심리를 달래기 위해 19일 부산 부산진구 토마토2저축은행 부산본점을 방문,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곽재훈 기자

부산 부산진구 토마토2저축은행 부산본점에는 예금 인출 대기표를 받기 위해 이날 새벽 4시부터 예금주들이 하나 둘씩 모였다. 은행 문을 연지 30분 만인 오전 9시30분께 하루 업무 한도인 300번까지 마감이 됐다. 이날 대기표는 오는 26일분까지 동났다.

토마토2저축은행 직원과 예금보험공사 직원 등은 토마토2저축은행 별관 2층 사무실에서 수시로 예금주들을 상대로 경영진단 결과와 정상영업 방침 등을 설명했지만 예금주 대부분은 불안한 마음에 예금 인출이나 분산 예치를 요구했다. 예금 인출 상황이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까지 나서 예금주의 불안 달래기에 나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토마토2저축은행 명동지점에서 2000만 원을 1년짜리 정기예금에 예치했다. 예금보험공사 이승우 사장은 이날 오후 2시 토마토2저축은행 부산본점을 긴급 방문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2000만 원을 넣었다. 이 사장의 방문에 예금주들은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 위기가 닥쳤다"며 항의했다. 부산저축은행에 4500만 원과 토마토2저축은행에 2000만 원을 예치한 서모(68) 씨는 "6개월이 넘도록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무엇을 믿으란 말이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영업장을 찾은 상당수 예금주들은 은행 직원의 설명을 듣고 예금을 인출하지 않고 돌아가기도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이자 손실을 각오하고 돈을 찾아간 고객들도 많았다. 박모(53) 씨는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내 돈 두고 담보 대출을 받는 상황을 맞느니 빨리 원금이라도 찾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파랑새, 분노한 예금주들 몰려

영업정지 된 파랑새저축은행 해운대본점과 서면지점에는 분노한 예금주들이 잇따라 방문했다. 이날 새벽부터 예금주들이 본점과 서면지점을 찾아 금융당국 관계자와 직원들에게 항의를 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예금주 김모(56) 씨는 "며칠 전 영업점을 방문했을 때도 안심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내 돈 당장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이날 예보가 본점과 지점에 마련한 예금보험 관련 설명회에서 예금주들은 "한 푼 두 푼 모아둔 피같은 돈이 묶였다"며 "정부도 금융당국도 이제 못 믿겠다"고 항의했다. 70대 예금주는 "노후 자금을 예치해 놓고 이자로 생활했는데 갑갑하다"며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를 보고 남의 일처럼 생각했는데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이기우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조철래 금융감독원 부산지원장은 이날 오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 따른 추가적인 파장을 줄이기 위해 예금주들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부산지역의 다른 저축은행에도 일부 예금주들이 몰렸지만 우려했던 뱅크런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