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공포에 휩쓸려 1,900선마저 붕괴했음에도 바닥에 근접한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8일 주문했다.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은 시장이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닌 심리에 좌우되고 있어 단기적인 지수 전망이 무의미하지만 지수가 곧 바닥을 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 분위기가 아니므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에서 정책적 대응이 나오기 전에 주식을 투매하지 말라는 조언도 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직접적인 코스피 급락의 원인이 됐다. 투자심리가 워낙 불안정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예상 범위를 논하기 어렵지만, 바닥이멀지 않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다. 조만간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관적인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수, 매도 모두 일단 중지하고 관망할 것을 권한다. 물론 미국이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대의 저성장 국면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

1,900선 아래서는 가격 산정이 불가능하다. 펀더멘털이 아니라 패닉으로 떨어진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바닥에 가까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어디가 바닥인지속단하기는 이르다. 연초 대비 일본은 11%, 홍콩은 12%, 중국 상하이는 10% 각각 빠졌다. 한국도 오늘까지 10% 정도 내렸다. 한국 증시가 대지진을 겪은 일본이나 긴축중인 중국보다 더 많이 조정받을 이유가 없다. 그동안 공포를 주가에 반영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우려가 실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구간이 될 것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지수 저점을 더 아래로 보진 않는다. 외국인은 이날 최대 매도금액에서 1천억원을 다시 사들였다. 코스피가 1,800선 초반까지 간 것은 기관의 손절매(로스컷) 때문이다. 기계적인 매도압력이다. 이는 저점 국면에서 나오는 신호여서 하단을 아래로 볼 필요는 없다. 아시아가 안 좋으니까 유럽, 미국도 3~4% 조정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FOMC에 기대해볼 수 있다. 반등이 나타나면 V자형일 것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시황팀장

시장은 오전만 해도 유럽중앙은행의 이탈리아 국채 매입 발표와 G7의 공조 등으로 반등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한 번도 겪지 못한 이슈라는 점 때문에 공포가 갈수록 심해졌다. 국내 증시 장 마감 이후 미국 시장이 폭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손절매가 나오고 투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공조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로 민감하게 반등할 정도는 아닌데 심리적으로 투자자들이 완전히 공황상태다.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상황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시장이 패닉 상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여기서 벗어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하루가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가 상당히 안정돼 있고 외환보유고도 많은 편이다. 과거 불안했던 부문들이 많이 건전화됐다. 한마디로 3년 전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안정적이다. 외부 영향에 민감하다는 것이 아킬레스건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장중 140포인트 넘게 빠진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만큼 불안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지선이 의미가 없어졌다. 1,900선은 안 무너질 것이라고 했는데 한순간에 붕괴했다.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낙폭이 컸다. 우리나라가 국외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러나 연말까지 장기적으로 보면 하락폭은 회복될 것이다. 이번 주 미국 정부의 대응책을 눈여겨 봐야한다.

◇동부증권 장화탁 주식전략팀장

중장기적 증시방향(추세)을 고민해 볼 시점이 됐다. 코스피가 1,800 초반까지 떨어진 것은 단기적으로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신호다. 외국인 수급은 환율시장과 연동해 있다. 국내 외화유동성에문제가 있는 만큼 환율이 1천100원 이상 올라간다면 주식을 더 팔 수 있을 것이다. 1천100원 수준에서 멈춘다면 매도세는 제한될 것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지수대 예상이 의미가 없다. 어떤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심리가 극히 위축돼 저가 매수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날 폭락은 개인들의 손절매 때문이다. 기관의 로스컷 물량도 나왔다. 이번주 FOMC 결과와 선진국 정책 공조 등을 확인하고투자판단을 해야 한다. 길게 보면 상승추세는 유효하다. 미국 더블딥 가능성이 작고, 중국 인플레이션은 정점에 다다랐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금융시장은 패닉 상황이다. 전례 없던 일이므로 단기적으로 충격이 불가피하다. 시간이 지나면 시장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겠지만, 근본적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중요하다. 미국 정부가 대응을 잘해야 하고, 경기 회복 신호가 나와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특히 미국에선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려면 세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