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13일 부산저축은행 초량 본점을 방문한 예금보험공사 이승우(왼쪽) 사장이 점거 농성 중인 예금 피해자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예금보험공사 이승우 사장이 부산저축은행 본점 점거 농성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으나 예금 피해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만 받은 채 별다른 소득없이 자리를 떴다.

이 사장과 저축은행 담당 임직원은 13일 오전 10시30분께 부산저축은행 초량 본점을 찾아 농성 중인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과 만났으나 본점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옥주 위원장과의 만남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예금자들은 "공적자금 투입 등 아무런 대책없이 빈손으로 왜 왔냐"며 "예금자들의 돈을 당장 돌려 달라, 그럼 오늘이라도 점거 농성을 풀겠다"며 거센 항의와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예금자는 울분을 참지 못해 도로에 쓰러졌고, 또 다른 예금자는 격분해 이 사장 일행이 탄 차량을 내려치는 등 소동이 발생했다.

이 사장은 "예금자들의 고통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매각 절차를 진행해야 예금자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만큼 점거 농성을 풀고 협조해 달라"고 비대위에 요청했다.

이날 이 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부산저축은행 매각 절차에 대해 "최선의 시나리오는 점거 농성을 빨리 풀어 재산실사 등을 진행, 제3자 매각(P&A)을 마무리하고 영업을 재개하는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에는 점거 농성 장기화로 인한 저축은행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제3자 매각이 곤란해져 파산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할 경우 "대다수의 5000만 원 이하 예금자는 약정이자와 소정이자의 차이에 따른 금리 손실을 볼 수 있고 초과예금자는 파산배당률이 낮아져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저축은행의 5000만 원 이하 예금자 수는 11만여 명 545억 원, 부산2저축은행은 11만 명 442억 원에 달한다.

이 사장은 "예금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파산배당률 극대화가 중요하다.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 임직원 등에 대한 은닉 재산 환수, 불법인출 예금 환수에 집중하겠다"며 예금 피해자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한편 지난달 9일 부산저축은행 본점 점거 농성 이후 예보 임직원이 설득을 위해 부산을 찾은 적은 있지만, 예보 사장이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