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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부산대 부산캠퍼스 시월광장 관중석에 시국선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학생들이 벗어둔 학과 점퍼가 놓여있다. 부산대 총학생회 제공 |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향한 청년층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20·30대에서 전면 재선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60%를 웃도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이들이 진영 논리에 휩싸였다기보다는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상황에 강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흐름이 2019년 ‘조국 사태’와 유사한 양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전국 대부분 대학이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6·10 민주항쟁 39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등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각 캠퍼스에서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참정권 침해’로 규정하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기본권 침해 구제 대책 마련, 선관위 구조 개혁, 시민참여형 개혁 감시기구 설치를 주장했습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이날 “참정권은 국민이 주권자로서 당연히 행사해야 할 권리이며 국가기관은 이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진다”며 “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과연 그 책임을 다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오만한 행정으로 흔든 참정권은 종이 한 장이 아닌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세워진 권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부산대 학생들은 교내 시월광장 관중석에 ‘과잠(학과 점퍼)’을 펼쳐놓는 식으로 시국선언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 5·6일 잇따라 발표된 부산 지역 대학 13개교(경성대·고신대·국립부경대·동명대·동서대·동아대·동의대·부산가톨릭대·부산교대·부산대·부산외대·신라대·한국해양대) 총학생회 성명을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투표용지 부족에 대한 발생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비정파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두드러졌습니다. 동아대 총학생회는 “진영 논리에 따라 객관적 사건을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모든 행위를 경계한다.”, 동의대 총학생회는 “정치권과 사회 각계는 이번 사태를 진영 논리에 따른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부산대 부산외대 신라대 한국해양대 역시 정쟁화를 경계했습니다.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초반 20·30대 참여자들이 극우 단체의 상징인 성조기 자제 지침을 세우고, 부정선거 구호에는 호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점과 유사했습니다.
부산교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재투표 시행을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선관위는 훼손된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즉각 재투표를 실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재선거 주장이 정파적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실제로 20대, 30대 10명 중 6명이 전면 재선거를 지지한다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4%가 전면 재선거 주장을 찬성했고, 48%가 반대했습니다. 반면 20대와 30대는 ‘찬성한다’가 각각 67%, 62%였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부실 선거 관리’로 본다는 의견은 20대가 64%, 30대는 61%. ‘부정선거 증거’라는 인식은 20·30대 각각 28%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접촉률은 42.9%, 응답률은 11.3%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청년층 과반이 사태를 부정선거가 아닌 부실 선거 관리의 결과로 보면서도 전면 재선거를 찬성한다는 것입니다. 한국갤럽은 “공정성 중시 경향에서 비롯한 현상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흐름이 조국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는 “청년층이 유독 분노하는 건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도 “문제가 생기자 여권에서 선거 유불리를 따지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의 이율배반적 대응에 분노했다는 것에서 조국 사태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청년들이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며 “‘열 몇 명이 투표를 못 했다고 하는데 투표 결과에 영향도 없다’고 생각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주권 감수성 부족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은 반성이 들더라”며 “대한민국 주권 행사에 관한 근본의 문제라고 제기한 것에 대해 저도 많이 반성한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