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또 다시 ‘만장일치식 선거’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조국 대표가 단독 후보로 나선 전당대회에서 98.6%라는 압도적 찬성률을 기록하자 정치권에서는 “혁신당은 선거만 하면 기계처럼 90%대 득표율을 뽑아낸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내부 경쟁이 사실상 봉쇄된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높은 찬성률은 오히려 당의 민주성을 잠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3일 SNS에서 “1978년 통일주체국민회의 당시 박정희가 99.996% 지지를 받았다”며 “2025년에 98.6%라니, 유신 체제를 그대로 복원한 듯한 풍경”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47년 만에 비슷한 장면을 본다”고 덧붙이며 혁신당의 표결 문화를 사실상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로 규정했다.

충북 청주에서 열린 ‘2025 전국당원대회’ 투표에는 선거인단 44517명 중 21040명만 참여했다. 투표율 47.1%에도 불구하고 참여자의 거의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일각에서는 “투표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결과가 처음부터 고정된 행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당이 내세운 ‘새로운 정치’, ‘열린 정당’이라는 기치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혁신당은 선거 결과가 나올 때마다 90%대 지지를 기록하는 기묘한 정당이 됐다”며 “이 구조를 고치지 않는 한 내부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이고, ‘혁신’이라는 간판은 무색할 뿐”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사퇴한 지 11개월 만에 대표 자리를 되찾았다. 광복절 특별사면 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내 성비위와 조직 난맥을 수습했지만,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거의 전원 찬성’ 구조는 혁신당의 체질 개선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을 남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국 개인에 대한 충성 구조가 당 조직을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대표는 24일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국민의 하루를 책임지는 정치로, 행복이 권리가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방명록에 남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제안한 ‘대장동 항소 포기’ 관련 토론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당대당 접촉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 민주주의 논란을 안고 출발한 조국 체제가 외부 정치전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공방이 다시 정국 전면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충원 찾은 조국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