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중·러 연대 부각…회동 촉각
- 우원식 의장 대면 여부도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열병식 참석으로 다자 외교무대에 데뷔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직속 특수작전 훈련기지를 방문하고 저격수구분대와 특수작전구분대 훈련실태를 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위원장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 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돌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곧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도 김 위원장을 포함한 외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뇌 26명이 다음달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발표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등의 정상이 기념행사에 참석 예정이다. 한국의 우원식 국회의장도 명단에 포함됐는데, 행사장에서 김 위원장과 우 의장이 대면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승전 8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과 함께 자국산 신형·현역 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을 펼친다. 김 위원장은 톈안먼 광장 성루에 서서 시 주석, 푸틴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열병식을 관람, 다자 외교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유일 영도체계’를 따르는 북한은 여러 국가 정상들과 나란히 서는 다자 외교를 기피해왔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다자 외교무대에 나서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그간의 관례를 깨고 기념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은 북·중·러 연대 구도를 부각하며 시진핑·푸틴과 대등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 주민에게 과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앞두고 중국과 관계 강화 포석도 깔렸다는 시각도 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및 브릭스(BRICS) 등 비 서방권 정상들과 연쇄 회동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 “관계기관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 계획을) 알고 있었고, 오늘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도 보고받았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이런 일들의 영향을 기본으로 받았다. 이런 흐름은 (한미회담에서 논의가) 잘된 부분들의 연장선에서 해석해 볼 여지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이 북한과 다자 대화의 시발점이 되고 북미 정상회담을 자극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