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국힘 변화에 따라 협력 시사
- 반탄파 당대표 땐 충돌 격화할듯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향후 여야 대화 복원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시금석이란 전망이 17일 정치권에서 나온다. 현재 여야 지도부는 “사람하고만 대화하겠다”며 철저하게 서로 무시한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채 인사조차 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모습이 여야의 현주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있다. 이들은 행사 내내 인사 없이 서로를 외면했다. 연합뉴스

다만 대화 불가론을 먼저 꺼내 들었던 정청래 대표가 최근에는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어 국민의힘 전대 결과에 따라 정 대표 입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엔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다”며 국민의힘을 내란세력으로 규정, 취임 인사차 예방도 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9일엔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손절하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환골탈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으며 11일에는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되돌아가려면 내란에 깊은 반성, 대국민 사과, 단죄를 위한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따라 여야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정 대표가 강경일변도에서 입장 변화의 여지를 보인 것은 지도부의 초강경 성향에 당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된 영향이 크다. 야당과 협치 없이 독주하는 거대 여당 지도부의 언행이 이재명 정부 통합 기조에 역행해 국정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원로인 상임고문단은 지난 12일 정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투쟁 일변도로 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집권여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으며,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과유불급”이라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반탄(탄핵 반대) 측 김문수 후보가 “(12·3 비상계엄으로)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고 한 것을 비판하는 등 국민의힘을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 대표로서는 찬탄(탄핵 찬성) 후보인 조경태(부산 사하을) 안철수 후보를 ‘정상적이고 건강한 야당 파트너’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찬탄 후보가 당권을 잡아도 현재의 대립구도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현재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반탄 후보에 유리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반탄파가 당권을 잡으면 현재보다 더한 대립 속에 여야 간 충돌이 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