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위원장 불참 놓고 진실공방도

국민의힘이 ‘윤희숙 혁신안’을 두고 갈팡질팡하면서 사실상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3일 혁신안 관련 설명을 듣기 위해 의원총회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열었지만 결국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오전 의총 불참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며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애초 이날 의총은 윤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 포함 ▷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 ▷당원소환제 강화 등 3개 혁신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뚜렷한 결론 없이 충분한 숙의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윤 혁신위원장은 “국민께 진솔하게 사죄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1안(당의 과오 당헌·당규에 명시)을 위주로 호소드렸다”며 “인적 쇄신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 혁신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의총을 열고 혁신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혁신안을 발표한 지 2주가 지났는데 (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쉽다”며 “되도록 빨리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대여 공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박성훈(부산 북을) 수석대변인은 “의원 개별 질문 없이 윤 위원장이 갖고 있는 혁신안 전반에 대해 얼개와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며 “수해 복구나 대여 공세에 당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전반적인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지난 20일 의총을 열어 혁신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수해 복구 지원을 이유로 일정을 미뤘고, 이날 의총도 빈손으로 끝나면서 혁신안 처리는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다음 의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처럼 혁신안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당내 일각에선 이대로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음 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찬탄(탄핵찬성)-반탄(탄핵반대)’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혁신안 추진동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특히 계엄·탄핵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는 혁신안에 대해 반탄 주자들의 반대가 거세다. 이날 당대표 출마회견을 한 장동혁 의원도 윤희숙 혁신위를 맹비난했다. 그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특정인을 청산하겠다, 사과하겠다, 강을 건너겠다’고 하면서 결국은 우리 당을 다시 과거로 되돌렸다”며 “(윤희숙 혁신위는 당을) 과거의 싸움터로, 내부 싸움터로 다시 돌려놓은 것 외에는 한 것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윤 위원장은 장 의원을 포함한 4명을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반탄 당권주자가 당원의 선택을 받아 당대표가 될 경우 혁신안은 바로 폐기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