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풀이식 정책은 결코 없을 것”

- 국힘 “李 당선 땐 또 시도할 것”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자격을 비법조인으로까지 확대하고, 대법관 정수를 10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전격 철회하기로 했다. 선거일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막아 중도층 이탈을 차단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도 용인시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이날 경기 안성시 유세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는 두 법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박범계 장경태 의원에게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고, 임용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해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내용이 담겼다. 장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 때문에 사법부 보복성 법안을 쏟아냈다는 논란이 확산했다. 이에 당 선대위가 입법 철회라는 강수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도 전날 해당 법안 추진과 관련, “당 입장이나 저의 입장이 전혀 아니다. 개별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다”며 “당내에 그런 문제에 자중하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날 유세 중 선대위 결정과 관련해 “저는 지시한 적 없다”고 했고, 장 의원도 법안을 당장 철회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그러자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인 윤호중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안 철회 요구는 이 후보에게 사전보고한 것이 아니고 선대위원장들이 결정한 사안”이라며 “법조계 우려가 큰 법안들은 우리 당이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려고 철회하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장 의원은) 그 법안에 동의한 의원들과 선대위 지시를 어떻게 이행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집권해도 잘나가는 사람이나 기득권층을 깎아내려 다수 국민의 박탈감을 해소하겠다는 ‘한풀이’ 식 정책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집권하면 사법권을 장악해서 삼권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지만, 불안해하실 필요 없다. 안심하시라고 제 이름을 걸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들 법안을 통한 사법부 견제가 ‘이 후보 방탄’과 국민의힘의 ‘독재’ 프레임과 맞물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선대위는 대법관을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안을 발의한 김용민 의원에게는 법안 철회를 지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사법부 장악 기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민주당이) 철회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후보가 말 바꾸기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대선에서 당선되면 또다시 시도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