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8일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김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후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 단일화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를 밝힌 데 따른 대응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오늘 기자회견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며 “11일까지 안 하면 후보를 포기하겠다는 사람과 11일부터 단일화 절차를 밟겠다는 이야기는 거의 ‘이재명식’”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분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왔던 민주화 투사인지, 중견 정치인인지 의심이 들었다”며 “정말 한심한 모습”이라고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오늘 저녁 예정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회동도 비열한 시간 끌기 회동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은 “후보께서 ‘지도부가 강제로 본인을 끌어내리려고 한다’고 한 데 동의할 수 없다”며 “김 후보는 줄곧 단일화를 약속했고 신속히 하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그 말을 믿은 죄밖에 더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김 후보 측이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한 예비후보를 후보로 내세우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행위도 해당 행위”라며 “정말 비열한 짓”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내에선 지도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의 강제적 단일화는 절차의 정당성 원칙과 당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이렇게 가면 당이 끊임없는 법적 공방의 나락으로 떨어져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한마디로 이기는 단일화가 아니라 지는 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김 후보와 함께 경선에 나섰던 나경원 의원도 “당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면 법적 분쟁에 휘말려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없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해야 할지 모른다”며 “후보 강제 교체, 강제 단일화는 정당민주주의 위배, 위헌·위법적 만행으로 더 큰 혼란과 파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