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한 것이 산하 연구소의 보안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정부가 공식 발표하자 정치권에선 또다시 공방이 벌어졌다. 여권의 핵 무장론에 책임을 물었던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번엔 국민의힘이 ‘선동정치’ ‘괴담유포’라고 역공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핵 비확산에 대해 미국의 신뢰를 저하시킨 현 정부와 여권에 책임이 있다고 맞받았다. 보안 사건 하나만으로 이번 사태가 벌어질 리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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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지난해 5월 31일 미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 표지. 출처 미 에너지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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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에너지부 감사관실은 지난해 5월 31일 미 의회에 반기(2023년 10월 1일~2024년 3월 31일)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수출통제’에 해당하는 정보를 들고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을 시도했다가 적발된 도급업체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미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에 근무했던 해당 직원이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한 정보는 INL의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로 특허 정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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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지난해 5월 31일 미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 내용. 수출통제 정보 유출 시도를 한 직원을 해임했다는 내용 등을 기록했다. 출처 미 에너지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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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수출통제 규정과 관련해선 ‘미국의 외국 원자력활동지원규칙’(C.F.R)의 제810.10조를 언급했다. 이 규정은 미국의 원자력 기술과 관련된 특정 민감 정보의 외국 이전을 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또 해당 직원과 외국 정부 간 소통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며, 사건에 대해선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국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기재했다.
국민의힘 김대식(부산 사상) 원내수석대변인은 18일 “보안 문제로 불거진 ‘민감국가 리스트’마저 정쟁에 이용하는 민주당, 국내 정치가 국가의 외교·경제적 이익을 위협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비상계엄 사태’와 ‘핵무장론’에 연결 지으며 정쟁을 확산시키고 있고, 정부의 외교적 대응을 지원하기보다는 결국 탄핵 정치를 완성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번 논란도 리더십 공백 속에서 외교적 대응이 지연된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은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국민을 오도할 게 아니라, 미국 조야에 팽배해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걱정 어린 시선부터 불식시키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며 “음모론 생산을 당장 그만두고, 각종 괴담으로 국민을 선동한 것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보안 사건 하나로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정부 해명은 오히려 이 정부가 한미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더욱 의문스럽게 한다”고 반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에너지부는 단일 사건을 이유로 민감 국가 지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며 “비슷한 보안 문제가 누적됐거나 다른 결정적 사유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번 문제의 원인이 미국이) 민주당을 불신해서 그랬다느니, 그야말로 아무 말이든 내뱉고 있다”며 “극우 유튜브에만 나올 법한 거짓 선동으로 책임을 모면하려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윤건영 의원도 MBC 라디오에 나와 “첫 번째로 지적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력”이라며 “그 난리가 나도록 누구도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핵과 관련한 기술을 입수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주요 정치인과 정부가 핵무장을 끊임없이 이야기한 것이 영향을 줬다”며 “미국은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굉장히 의심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윤석열은 핵무장론으로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혼란에 빠뜨린 것도 모자라 미국에도 비밀로 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미국의 뒤통수를 때렸다”며 “정부는 이로 인해서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시각과 정책이 바뀌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더욱이 언론사가 3일 만에 회신 받은 민감국가 지정을 우리 정부는 두 달 동안이나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며 “이 또한 정부의 무능과는 별개로 한미관계가 얼마나 이완되었는지 보여준다. 혈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엉터리로 관리해놓고 물타기를 하려고 하는가.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이 정부가 초래한 청구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