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분열 본격화로 방패막 잃어
- 국회 절대적 열세 여론전 노린듯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만큼, 국회의 해제요구 절차를 밟아 무위로 돌아갈 것이 자명한 시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면서 종북 세력 척결, 자유 헌정질서 등을 거론했지만 가장 중요한 방점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는 대목에 찍혔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밤 시간에 전격 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 이후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상설 특검 추진과 채상병 사건 국정조사 출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오는 10일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가결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더 이상 특검법을 막을 방패막이 없다는 현실 인식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4개월 전부터 정부의 계엄 시도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을 저지하겠다는 (대통령의) 광적 집착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여사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는 것은 사실상 여당의 분열이 본격화했다는 의미이며, 이는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계엄선포를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촉발한 ‘명태균 게이트’가 방아쇠가 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명태균 씨에 대한 기소와 명 씨 측의 입장 발표가 있었다”며 “명 씨가 특검을 하자고 입장을 밝힌 건 사실상 본인이 가진 자료를 적극 제공하겠다는 의사 표명이 아니냐. 그런 첩보를 윤 대통령이 입수하고, 이건 정상적인 방법으로 버티지 못하겠구나, 이런 판단을 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도 국제신문에 “명태균 게이트가 대통령실을 향하지 않고 여당의 기성 정치인, 대선 주자들을 없애는 쪽으로 향하면서 애초 의혹이 제기됐던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이 희석됐다”며 “정치 혐오가 커지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동안 윤 대통령이 뒤통수를 때렸다”고 평가했다.
선포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된, 결과적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낮아보이는 계엄 무리수를 던진 것에는 평소 자유 헌정 질서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오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는 국회를 두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라거나 “패악질을 일삼는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 등 대통령의 언어로 여겨지지 않는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계엄이 실패하더라도 야당의 국회 독주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