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비례정당 후보 지지 발언·선거유세 마이크 사용 등을 했다는 이유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한 위원장도 얼마전 대구 방문 당시 마이크를 사용, 선거법 위반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에서 열린 포천 현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표,박윤국(경기 포천가평) 후보, 더불어민주연합 용혜인 의원. 오른쪽 사진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1일 대구 달서구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찾아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클린선거본부는 “이 대표는 민주당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임에도 전날 경기 포천시에서 다른 정당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이는 공직선거법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전날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24번 서승만이었습니다. 24번까지 당선시켜야지요”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다른 정당·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관련 운용기준 안내’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제88조(타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금지)는 ‘후보자 등’이 다른 정당 등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후보자 등’에는 후보자 외에도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토론자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는 ‘후보자’인 이 대표는 민주연합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 반면 총선에 불출마하는 한 위원장은 이 같은 규정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미래 창당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사실 불출마를 할 때 이 생각도 조금 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달리 불출마하기 때문에 비례정당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선거유세 마이크 사용 논란의 경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29일~4월 9일) 외에는 마이크, 확성기 등을 사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21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사무소(대구 달서을) 개소식에서 마이크를 잡고 윤재옥 원내대표와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후보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녹색정의당과 조국혁신당은 23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 외 옥내 모임에서 확성장치를 사용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며 찰 고발을 예고했다. 녹색정의당 김수영 선임대변인은 “한 비대위원장의 행위는 명백한 선거운동”이라며 “거대 여당의 선거를 책임지는 지위에 있으면서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 불법선거운동을 서슴지 않았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배수진 대변인도 논평에서 “한 위원장은 지난 21일 윤재옥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민심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며 “22일 장동혁 부호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장동혁을 다시 국회에 보내달라’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의 마이크 사용 논란 속에 국민의힘 선대위 클린선거본부는 이재명 대표가 현장 기자회견을 빙자해 꼼수로 마이크를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클린선거본부는 이날 “기자회견문 형식을 빌려 다수 군중에게 사실상 선거 유세를 했고 기자들 질문은 선택적으로 받으며 주로 국민의힘 후보자들에 대한 사실상 낙선 운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도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는 매번 유세할 때 선거운동 기간이 아닐 시 마이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선거법 규정을 미꾸라지처럼 피해 가기 위해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차용하는 꼼수를 부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