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은 23일 여야는 일제히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을 내놓았다. 다만 여야가 이를 거론하면서 서로를 비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인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시민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도 노무현 정신 계승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이념 지역 세대 성별 등을 둘러싼 무수한 갈등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이 보여주셨던 통합과 원칙의 가치를 떠올린다”며 “국민통합과 상생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며 노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기억하겠다”는 논평을 냈다.

이어 “국익에 반하는 가짜뉴스와 선전선동으로 국민분열이 초래되고 노 전 대통령께서 강조했던 참여 민주주의마저 돈으로 오염된 상황이라 그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윤 대통령의 외교 안보 행보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과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빗댄 것이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위해 청년의 희망을 짓밟거나 공정 정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었던 민주당의 강선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 정치권의 현실은 모두가 노무현을 외치지만 그 누구도 노무현이지 못한다”며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 매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관용이 대화의 전제라며 상호 존중과 타협을 중시했던 노무현의 정신은 그저 소비될 뿐 실천되지 못한지 오래”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영화를 보고 두 시간 울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1야당과 단 20분도 마주 앉아 대화한 적 없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또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노무현의 간절한 꿈은 기득권에 막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윤 대통령 개인에게 사유화된 법무부와 검찰, 감사원 등은 야당을 사냥하고 노조와 국민을 공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통 대통령에게 위협받는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정의당 위선희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씀이 더욱 깊게 다가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