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적 명확성 선택…“균형 필요”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가짜 평화쇼’라고 규정하며 ‘힘에 의한 평화’를 지난 1년 간 밀어붙였다. 윤 정부의 대북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제안에 북한은 응답하지 않고 핵·미사일 고도화에 주력하며 남북 연락 채널이 완전히 중단되는 등 남북 관계는 강 대 강 대립 상황에 놓였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도발할수록 한·미·일 동맹의 연합방위태세는 더욱 강화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전임 정부의 미중 균형외교에서 미일 편중 외교로 선명성이 강화됐다. 그 결과, ‘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 구도에서 ‘외교 새판짜기’라는 과제도 떠안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고 밝히며 전략적 모호성보다는 미국과의 공조를 보다 더 강화하는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했다. 이로써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일 밀착을 요구하는 미국의 의도대로 한·미·일 외교 안보 협력도 강화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일제 강제노역 피해보상 해법을 마련해 한일관계 개선에 물꼬를 틔웠다. 이어 일본 도쿄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정상화됐다.
지난달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을 국빈 방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미국에 초밀착한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한 일정을 앞당기게 됐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보다 긴밀해진 한일 관계 위에 오는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북핵에 대응한 한·미·일 3각 공조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한·미·일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목표로 안보협력을 전방위로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상 수색·구조훈련(SAREX) 위주의 3국 군사협력이 해상차단훈련(PSI)과 핵·미사일 정보공유, 미사일방어경보훈련, 대잠수함 훈련 등으로 확대된 데 이어 한미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의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다.
미일 관계가 밀접해지는 만큼 중러와의 관계에서는 험로가 예상된다. 실제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문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문제 등을 언급한 이후 우리 정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발언에 대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는 선을 넘는 발언을 내놨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인터뷰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적대적인 반러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했음에도 북·중·러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균형잡힌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